섹스만 했는데 그를 사랑하게 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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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도 사랑을 실험실로 보냈다. 화학, 생물학, 인류학, 심리학 등이 동원되었고 사랑은 적나라하게 해부되었다. 사랑의 생성과 유통기한, 완전 박멸 방법까지. 과학이 밝힌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정체.

성욕을 자극하는 화학 물질은 오직 하나! 테스토스테론!

먹는 행위는 혈압과 맥박, 체온을 높이고 간혹 땀을 흘리게도 하는데, 이런 현상은 섹스할 때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와 비슷하다. 성적 흥분과 다양한 음식에 대한 욕구를 서로 연결시킨 것도 아마 이런 변화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자연은 남자와 여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물질을 단 한 가지만 만들었다. 테스토스테론이 그것이며, 이것의 사촌인 남성 호르몬도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한다.

남자와 여자는 각각 어떨 때 성적 자극을 받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자와 여자는 성적 활동이 보다 활발한 경향을 보인다. 힘과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는 남자 운동선수는 섹스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아침에 더 자주 발기되며, 성적인 조우도 더 많고, 오르가슴도 더 자주 느낀다. 그리고 중년에 테스토스테론을 섭취하는 여자는 성욕이 강해진다. 남자의 성욕은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가장 높은 20대 초반에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 역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는 배란기 즈음에 성욕을 더 강하게 느낀다. 성욕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람마다 차이가 많은데, 부분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누드 사진을 보는 동안 여자가 로맨틱한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것에 의해 성적 자극을 받는다. 남자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시각적 자극에 의해 성적으로 달아오른다. 남자는 공상에 잠길 때조차도 신체 부위와 성교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불러낸다. 이처럼 선정적인 대상을 보는 행위 자체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일지도 모른다. 수컷 원숭이는 성적 접촉이 가능한 암컷을 보거나 동료가 암컷과 교미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간다. 그렇게 때문에 스트립쇼를 구경하러 가거나 여자의 누드가 실린 잡지를 보는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져 욕정이 폭발되는 셈이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낭만적인 말이나 이미지, 영화와 책의 주제들에 의해 성적 자극을 더 많이 받는다. 여성의 성적 공상에는 더욱 따뜻한 애정과 약속, 친숙한 파트너와의 섹스도 포함된다.

사랑에 빠진 뇌와 욕정에 사로잡힌 뇌는 다르다

과학자들은 욕정과 낭만적 사랑이 서로 다른 뇌 부위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연구에서는 젊은 이성애자 남자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 종류의 비디오를 보게 했다. 하나는 에로틱한 비디오였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스포츠에 관한 것이었다. 실험 참여자들이 보인 뇌 활동의 패턴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보인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결과적으로 욕정과 낭만적인 사랑은 명백히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욕정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낭만의 화학 물질인 도파민이 성욕의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방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 쥐의 혈관에 낭만의 화학 물질인 도파민을 주입하면 성교 행동을 자극한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밤을 꼬박 새워 서로 애무하는 게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낭만이라는 화학 작용은 자연의 가장 강력한 충동인 성교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섹스만 했는데 그를 사랑하게 될 수 있나?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성욕을 자극하기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거나 다양한 신체 부위에 테스토스테론 크림을 바르면 성적 환상이나 성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지만 그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욕정의 뇌 회로가 반드시 낭만에 불을 지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욕정이 낭만적인 사랑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욕정이 낭만적인 사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성행위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높이고 한편으로 세로토닌 수치를 억누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행위 때문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진지하게 얽히고 싶지 않은 누군가와 성관계를 맺는 일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발적인 섹스였으나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비한 경험을 하면 섹스 욕구가 강해진다

휴가를 가거나 침실에서 새로운 기교를 시도할 때, 아니면 새로운 파트너와 성교할 때 더 흥분되는 이유가 있다. 신비한 경험은 뇌 속의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도파민 수치는 앞서 말했듯 테스토스테론 방출을 자극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 새로운 파트너가 더 유혹적인 것이다

남자들은 사정할 때 아버지 본능을 느낀다

몇 년 전 신경과학자인 수 카터와 톰 인셀은 수컷에서 이 애착의 원인을 찾아냈다. 수컷 들쥐의 경우 사정을 할 때 뇌 속의 바소프레신 수치가 올라가면서 배우자와 양육에 대한 수컷의 열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바소프레신은 수컷의 애착을 위한 자연의 칵테일인가. 과학자들은 수컷 총각 들쥐의 뇌에 바소프레신을 주입했다. 그러자 수컷 들쥐들은 즉각 다른 수컷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자기 주변을 방어하고 나섰다. 그러고 나서 한 암컷에게 소유욕을 보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뇌 속 바소프레신의 생산을 차단해버리자 수컷 들쥐들은 비열한 존재로 돌변했다. 한 암컷과 교미하고는 금방 그 암컷을 포기하고 다른 암컷과 짝지을 기회를 엿본 것이다. 자연은 수컷 포유동물에게 아버지의 본능을 느끼게 하는 바소프레신이라는 화학 물질을 부여했다.

섹스 후 서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이유

바소프레신과 함께 ‘애착’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화학 물질은 옥시토신이다. 바소프레신과는 달리 옥시토신은 출산 과정에서 모든 암컷 포유류에서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자궁의 수축을 주도하고, 유선을 자극하여 젖을 생산하도록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자들은 어미와 자식 사이의 유대를 자극하는 것 또한 옥시토신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옥시토신은 성인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나는 애착의 감정에도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 남자는 바소프레신 수치가, 여자는 옥시토신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들이 철 드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의 기준선이 높은 남자의 경우 결혼 횟수가 잦고, 간통을 더 많이 하고, 배우자를 더 자주 학대하고, 이혼을 더 자주 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자는 결혼생활이 불안정해지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간다. 이혼을 하면 그 사람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독신 남자는 결혼한 남자보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정반대의 현상 또한 일어날 수 있다. 한 남자가 가족에게 더 애착을 느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 아이의 아버지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남자가 단지 아기를 안고 있을 때조차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아진다. 이처럼 테스토스테론(욕정)과 애착은 반비례 관계일 때가 많다. 애착이 너무 강하면 욕정이 시들해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꾸리는 두 남자와 여자가 섹스 시간이 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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