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술로 사과하지 말고 진실을 고백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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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인용 오락게임 '바다이야기'가 확산될 당시 주무 장관이었던 정동채(열린우리당) 의원의 29일 사과는 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게 전부다. 5문장의 준비된 사과문만 읽고 돌아섰다. 도박성 게임이 전국에 확산된 배경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이런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당시 주무 장관으로서 왜 이렇게 됐는지 그 경위부터 솔직히 털어놓는 게 순서다.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모를 단어를 늘어놓는다고 속아넘어갈 만큼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

정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동안(2004년 7월~2006년 3월)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하고, 이를 다시 지정제로 전환해 사행성 게임이 전국으로 퍼지는 길을 열었다. 이런 과정을 정 의원만큼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본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정 전 장관의 재임 시절 상품권 인증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부적격 논란, 허위 신고 업체 적발, 이에 대한 국회의 진상요구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간 배경은 무엇인지도 공개해야 한다. 검찰.경찰에 단속을 요청했었다는 그의 주장도 의심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도 짖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당시 물의를 빚고 있던 상황을 장관 선에서 묵살했다는 것인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정 의원은 이전에도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해 왔다. 그렇다면 이 정책을 밀어붙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주무 장관조차 거부할 수 없는 압력에 굴복했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 이 사건이 그렇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덮고 갈 수는 없다. 거짓은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