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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고리아교수 군축청문회 증언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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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평화 남북한 군축협상서 출발”/강대국들 북한이 타협하게 압력가할 필요/소ㆍ중국ㆍ동구권,대한관계 개선으로 낙관적
미국 하원외무위의 아시아 및 태평양문제소위(위원장 스티븐 솔라즈의원ㆍ민주)는 31일 아시아의 군축문제를 의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아시아문제 전문가 도널드 자고리아교수(헌터대)는 남북한간의 병력삭감을 위한 군축협상을 촉구했고,랜드 코퍼레이션연구위원 짐 위니펠드 전 해군제독은 점진적이지만 대폭적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다음은 자고리아교수의 증언요지.
고정된 냉전이후의 세계가 실현되려면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태평양지역의 동서대결이 감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의 상황은 유럽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 태평양에서의 동서긴장을 완화하려면 유럽에 적용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있어야 할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미국과 소련은 이 지역의 특수한 정치적ㆍ문화적ㆍ지정학적 여건을 고려에 넣은 현실적인 전략방향감각이 필요하다. 둘째,자신들의 이익이 이 지역에 얽혀있는 미ㆍ소ㆍ일ㆍ중등 주요 강대국들간의 양자관계들이 계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셋째,한국과 캄보디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있는 대립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의 과감한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지역협력의 발전이 진척되어야 한다.
다섯째,정치적ㆍ사회적 민주화가 지속되지않으면 안된다. 끝으로 지역내 군사적 대립을 완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략방향에 관한한 소련의 전통적인 아시아 안보구상은 아직 미숙단계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도 현재의 동맹체제를 계속 필요로 하고있다. 미국으로서는 지금의 군사ㆍ정치상황을 현상유지하는것이 유리하다.
태평양내 국제관계에 있어 좀더 안정된 체제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려면 아직 시기상조인 범아시아 안보구상 보다는 강대국간의 관계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이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고무적 발전의 징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전후 처음으로 이 지역 강대국중 어느 나라도 소외돼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없어졌다. 미소 군축협상의 진전,소중 관계정상화,91년 고르바초프의 방일계획 등으로 일소 관계개선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련대외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한 요인은 여러가지다.
하나는 전술적인 것이고 다른 두가지는 근원적인 요인들이다. 첫째,고르바초프는 브레즈네프로부터 매우 비생산적인 아시아정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브레즈네프는 대미중심의 경직되고 지나치게 군사적인 외교정책을 이 지역에서 추구함으로써 80년대초에 접어들면서 다른 강대국들의 반소연합전선 형성을 초래했다.
이것은 전술적 측면의 요인이라 할수있다.
둘째,고르바초프의 우선과제가 침체된 소련경제의 개혁과 현대화인 한 그는 평화적인 국제환경이 필요하다. 소외교정책혁명의 세번째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군사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힘의 성격 자체도 변하고 있음을 고르바초프가 깨달은 것이다.
정보혁명속의 세계에서는 무기와 영토확장보다는 과학ㆍ기술의 발전이 힘과 영향력의 열쇠인 것이다.
좀더 안정된 태평양을 위해서는 강대국간의 관계개선에 덧붙여 한국ㆍ캄보디아 분쟁해결이 긴요하다.
남북한은 화해를 위한 진정한 발전을 거의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평화에 대한 가장 큰 장애는 한국정부의 합법성을 부인,평양측 조건으로 통일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북한의 스탈린주의 정권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군사화돼 있고 폐쇄ㆍ고립돼있는 나라다.
그렇지만 조심스런 낙관을 가능케하는 이유들이 몇가지 있기도 하다.
평양측의 동맹인 소련과 중국이 모두 한국과 통상관계를 수립하기 시작했고,소련은 양측이 모두 고위외교관리들을 파견하는 소위 무역사무소를 개설함으로써 유사외교관계까지 수립했다. 아울러 여러 동구국가들이 정식으로 한국을 승인했다.
더구나 공산세계를 휩쓸고 있는 개혁의 물결은 평양의 스탈린독재정권에 남아있는 수명의 일수를 세고있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북한이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한 한반도긴장의 실질적 해소는 있을것 같지않다.
공산당 전제정치가 타도되고 있는 동구의 최근 변화들은 북한독재자의 강경노선에 대한 결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강대국들은 북한이 한국과 타협할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의 목표는 남북한이 새로운 대화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유엔에 가입해야한다. 남북한이 취해야할 중요한 첫단계조치는 병력삭감과 후방배치를 위한 군축협상을 개시하는 일이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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