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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씨 해외계좌로 3천만弗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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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위부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중앙포토]

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이 지난 8월 4일 새벽 투신 자살하기 9일 전 대검 중수부에서 2000년 1월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에게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해외계좌로 3천만달러(약 3백60억원)를 보내도록 지시하는 등 모두 5백60억원 가량을 權씨에게 준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지가 16일 단독 입수한 鄭회장의 처음이자 마지막 검찰 진술서(지난 7월 26일 작성)를 통해 드러났다.

진술서를 통해 權씨에게 건네진 돈 모두가 현대상선의 해외 및 국내 법인에서 나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또 鄭회장이 權씨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검찰에서 시인한 뒤 이를 고민하다가 투신 자살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진술서에 따르면 鄭회장은 2000년 1월 서울 신라호텔 라운지에서 權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김영완(해외 도피)씨와 만나 權씨로부터 "총선이 얼마 안남았으니 현대에서 좀 도와달라. 여당을 도와줘야 대북사업도 잘 되지 않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이어 며칠 뒤 李씨가 "權씨 측에서 외화로 3천만달러를 달라고 한다"고 보고하면서 權씨 측 해외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전달, 자금 사정이 나은 현대상선 金사장에게 송금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鄭회장은 "이후 金사장으로부터 송금이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았고,김영완씨로부터도 '돈을 잘 받았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현대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상선 미주본부에서 3천만달러가 빠져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두 달 뒤인 그해 3월께 權씨가 '저번에는 고마웠다. 돈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해 2백억원을 추가로 줬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98년 1월 김영완씨와 李씨의 소개로 權씨에게 인사한 뒤 여러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현대의 금강산 사업의 카지노 및 면세점 허가가 나오지 않아 하루 3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며, 權씨로부터 최대한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의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權씨 측은 "현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鄭회장이 송금한 돈 가운데 일부가 스위스 계좌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조강수.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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