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지방도 노면관리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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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수리 북한강 버스추락사고는 열악한 지방도로 사정과 겨울철 노면관리 소홀, 안전운행수칙 무시등이 함께 빚어낸 참사였다.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30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특히 우리나라 지방도(도) 의 대부분이 비좁고 급커브와 굴곡이 심한데다 추락방지용 가드레일마저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은 점등을 감안할때 언제든 유사한 사고가 날수 있다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나쁜 도로여건에다 폭설로 빙판이 된 길을 그대로 방치해둔 당국의 무관심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화근.
사고가 난 양수리∼문호리간 길이8㎞도로는 1주일전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두께5㎝의 얼음판을 이루었으나 양평 군청측은 29일 한차례 부분적으로 모래를 뿌린 것 외에 제설작업을 전혀 하지않은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문에 사고전날인 29일 낮에도 같은 회사인 명진 운수소속 버스가 사고지점에서 6백m떨어진 수호교(교)위에서 미끄러져 다리난간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었다.
또 지난 연말에도 이 부근에서 일가족4명을 태운 봉고차가 강물로 추락, 지나는 차량승객에 의해 구조되는 등 평소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으나 강물 쪽 도로변에 가드레일이 한군데도 설치돼 있지 않아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 해온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양평 일대가 눈이 많은 지역인데다 사고도로가 북쪽을 향하고있어 대부분구간에 햇볕이 들지 않으며 노면이 눈이 잘 녹지 않는 콘크리트여서 주민들은 겨울철만 되면 늘 불안해했다는 것이다.
사고당일에는 아침부터 진눈깨비까지 내려 도로사정은 최악의 상태였으나 운전사 정명교씨가 스노타이어만 낀채 체인을 감지 않고 운행, 사고당시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진 것이 사고의 큰 원인. 이에 대해 정씨는 『하루3∼4차례 운행하면서도 체인을 감아야할 정도의 큰위험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해 사고위험지역을 운행하는 운전자나 운수회사에 대한 안전운행계도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우리 나라 지방도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이같은 사고는 언제든 발생하게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6명이 숨지고 55명이 중경상을 입은 완주군 모래재 시외버스추락사고가 대표적인 예. 비좁고 경사가 급한 S자 커브길을 달리던 버스가 길옆 1백m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져 일어난 이 사고는 도로변에 든든한 철책이나 콘크리트 방책만 제대로 설치했어도 막을수 있었던 참사였다.
또 88년9월 충주호로 승용차가 굴러 2명이 숨진 사고와 86년4월 교회봉고버스가 대청호에 추락, 8명이 익사한 사고 등도 커브가 심한 비좁은 도로에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일어난 것이었다.
특히 이들 지방도로의 경우 차량2대가 교행 하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데다 대부분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고 차량통행이 뜸해 차량들이 대부분 도로 한가운데를 질주, 마주 오는 차가 있거나 추월을 할 경우 늘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도로에는 또 길옆에서 가드레일 구실을 하던 대형 가로수마저 당국이 『시계를 가린다』는 이유로 7년전 모두 잘라버려 차량이 길옆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곧바로 강물에 처박히게 돼있어 지방관청의 도로관리가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허술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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