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없겠지만 고가시대 대처|도입선 다양화·비축시설 확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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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0년대 석유 위기론에 대해 국내 석유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회성원장은 『1∼2차 오일쇼크를 통해 산유국들은 급격한 유가인상이 소비국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결국 도움이 못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산유국과 소비국간에 협조무드가 조성돼 가는 상황인데 하루아침에 유가가 몇배씩 일제히 폭등하는 식의 오일쇼크 재연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보다는 공해를 줄이기 위해 저유황유등 일부 유종에 국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급여건이 갖춰지지 못하면 시장교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석유개발공사의 송준영 조사과장은 석유위기론이 현재 신 에너지전략등 새로운 정책수립을 꾀하고 있는 미일을 중심으로 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난 2차의 석유위기는 단순한 생산가동률의 증가요인뿐 아니라 OPEC국가들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할 때 92, 93년의 위기도래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못박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시각차이에도 불구, 90년대 어느 시점에서는 유가가 배럴당25달러(89년 OPEC평균 16·6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올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현재의 석유시황이 수요-공급간의 격차를 좁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향후 석유소비가 계속 늘어날수록 인플레율 이상의 유가오름세는 필연적 추세가 되고 있고 불안 요인에 대한 대비책도 결코 강조해 지나치지 않다는 권고다.
이와 관련, 정부도 올해들어 국제시장의 불안전성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자부는 현재 3천8백만배럴 수준인 원유 및 석유제품의 비축물량을 오는 96년까지 1조6천억원을 투자, 유사시 60일분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잡고 올해 비축기지 추가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그동안 다소 소홀해진 산유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원유도입선을 현물시장 중심에서 산유국과의 장기계약(89년 전체도입량의 44%)을 늘리는 쪽으로 전환하고 올해부터 정책원유도입을 재개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동자부는 지난해말 현재 총5조5천6백55억원을 거둬들인 석유사업기금을 국제유가 급등시 완충자금으로 풀어 도입원유가가 22달러 수준까지 올라도 국내유가에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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