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충격… 감군 가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 공군 3개 기지 폐쇄 배경/부시,의회ㆍ소 겨냥한 살빼기/“지상군 철수 결정된 바 없다” 애써 강조
미국이 29일 한국내 일부 공군기지 폐쇄계획을 발표했지만 핵심적인 주한미군의 장래문제는 이와는 별도의 검토대상으로 그대로 남는다.
리처드 체니 미국방장관은 미 91회계연도 예산안중 국방예산의 축소방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내 공군기지 폐쇄를 『약간의 부분적 부대배치 조정』이라고 표현하고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한국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국내 공군기지 축소운영은 단기적 검토로 정책수립이 가능했던 국방예산 감축방안이었던 데 비해 전면적 주한미군 장래와 관련한 병력철수는 장기적 검토대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체니장관의 표현대로 『동구와 소련의 변화에 대응하는 최초의 조치』인 이번 미국방예산은 첫째 3만8천명의 병력삭감,둘째 여러 무기체제의 폐기,셋째 국내외 기지조정 등을 통해 삭감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2천9백10억달러인 국방예산이 91회계연도에 2천9백50억달러로 증가되지만 내년 4.3%로 추계되는 인플레율을 감안하면 국방예산의 실질증감은 2.6%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국방예산은 70년대 이래 최저수준이며 이는 소련군사력의 위협감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국방예산 감소방안중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기지폐쇄계획이다. 미국내에서 35개 기지가 폐쇄되고 20개 이상이 재조정 또는 축소되는 한편 해외기지 중에서는 12개 기지가 폐쇄되고 2개기지가 부분폐쇄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체니국방장관은 『국방예산을 절감하자면 기지와 무기생산쪽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내 공군기지 폐쇄의 경우 미공군 전투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국방성은 광주ㆍ수원ㆍ대구의 공군기지를 91회계연도와 92회계연도중 모두 「공동운영기지」(Collocated Operating Base:C0B)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군산과 오산의 독자적 미공군기지와 달리 한국군 공군기지 안에 미공군이 배치돼 있는 형태인 광주ㆍ수원ㆍ대구의 미군기지를 폐쇄하되 유사시에는 공동의 작전기지로 사용토록 한다는 기지운영개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방부 관계자는 이같은 형태의 기지운용을 수도꼭지에 비유,『평소에는 잠가두었다가 필요할 때 꼭지를 열어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폐쇄계획에 포함된 3개 기지의 미공군력은 사실상 전혀 약화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원기지의 제19전술공중지원대대는 오산 미군공군기지로 이동되며,대구기지로부터 철수되는 팬텀정찰기(RF4C) 18대의 모체인 팬텀기는 이미 미국의 주방위군에서조차 폐기된 낡은 기종인 점 등을 감안할때 실제적 전투력 감퇴는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부시행정부는 동구민주화 및 소련군사위협감소와 관련,미의회로부터 과감한 미국방비지출 삭감압력을 받아왔다. 체니장관은 이날 국방예산을 설명하면서 91회계연도에 우선 2.6%를 줄인 후 95회계연도까지 매년 2.0%씩 군사비를 감축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체니장관은 『이같은 계획은 유럽재래병력 협상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최종 합의가 완결되면 미국은 다른 해외군사기지의 작전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체니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현재 미국은 91회계연도중 주한미군을 크게 감축하는 결정에 이른 바 없다』고 말하고 『그것은 한국정부와의 협의를 통해서만 결정할 성질의 문제』라고 말했다.
체니국방장관은 2월14일 서울을 방문,이상훈국방장관을 만나 주한미군의 장래문제를 협의하며 4월1일까지 미의회에 정부입장을 보고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언론 등이 군산 미공군기지의 미본국이동및 매년 5천명씩의 지상군 철수 등 집요한 보도를 계속하는 데 대해 미국방부는 「오보」라고 논평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그레그주한미국대사는 레이건 전대통령 집권초기 주한미군이 한때 3만9천명 수준까지 내려간 일이 있다고 지적,특히 비전투요원을 중심으로 한 통상적 조정의 범위를 환기시킨 바 있어 주목을 끌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주한미군 재편… 한국의 입장/F16 증강 전력 차질 없을 듯/미 한반도 안보인식 변화 아닌지 우려
주한미공군의 대구ㆍ광주ㆍ수원 등 3개기지를 폐쇄하고,비전투요원 2천명을 감축한다는 30일 한미 양국정부의 공동발표는 그 규모나 실질적 영향보다는 미국의 한반도및 대동북아 전략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중 현대전에서 지상군보다 상대적으로 전술ㆍ전략적 비중이 큰 공군을 감축대상으로 삼았다는 점과 주한미공군이 갖는 미국의 동북아전략상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물론 이번 감축은 병력면에서 볼 때 주한미공군 1만1천여명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는 하나 행정ㆍ지원 등 비전투요원에 대한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주한미공군 현대화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F­16이 증강배치되는등 전력면에서는 더 강화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감축이 크게는 미소의 긴장완화에 따른 세계적인 구도에서,보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예고된 해외주둔 미군감축 대상에서 줄곧 「예외」인 것처럼 양국에 의해 주장돼온 주한미군의 감축이 현실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전쟁억지력으로서의 미군철수를 현실로 맞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지상군의 감축도 있으리라는 전망과 함께 그 대강이 오는 4월1일 미의회에 제출토록 돼 있는 넌 워너수정안에 대한 보고서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번 미공군 감축은 미국내외 기지의 부분감축,또는 폐쇄조치의 일환으로 한국뿐 아니라 서독ㆍ영국ㆍ이탈리아ㆍ터키ㆍ그리스ㆍ필리핀 등의 12개기지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막강한 북한의 군사력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2001년을 목표로 국방력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더욱 한국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이번 감축이 「한국안보를 통한 동북아안보」라는 기존 미국의 전략이 「동북아안보 속에 한국안보」로 바뀌어 북한이 침공해올 경우 자동개입케 돼 있는 미군의 「인계철선」 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5공군및 필리핀의 클라크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13공군과 함께 미국의 극동전략방위망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주한미공군의 감축은 미국의 한반도,혹은 동북아전략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공군은 70년대 이후 미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및 철군논의속에서도 오히려 비중이 격상된 가운데 전력강화를 이뤄왔다.
닉슨행정부가 주한 미7사단을 철수시킨 71년 일본에 있던 51전투비행단이 오산기지로 이동배치된 데 이어 카터대통령 집권시인 78년에는 F­4전투기 12대가 대구에 추가배치됐다.
또 레이건행정부에 들어서는 전력증강이 더욱 가속화돼 81년 F­16 최신예전투기가 미국을 제외한 외국으로서는 처음 주한미공군에 배치됐는가 하면 82년에는 공중근접지원기인 A­10기가 수원기지에 배치됐고 86년에는 일본주둔 미5공군산하의 314비행사단을 주한미7공군에 편입,한반도 방위만을 전담케 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그동안 주한미공군의 주둔목적이 대북한 전쟁억지력의 차원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해왔을 정도다.
주한미군의 경우 1차적인 군사적 위협이 북한이기 때문에 소련의 직접위협이 기준이 되는 유럽과는 다르다는 데 있고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감소되지 않는 한 한반도 안보구조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감축은 하지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또 80년대초 3만8천명이던 주한미군이 그동안 4만3천명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2천명 정도는 양국의 합의 아래 수시로 조정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여하튼 주한미군의 존재이유가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이유이건,외부이유에서건 감축이 가시화된 이상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대비,정부는 주한미군의 전쟁억지역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안정에 대처해 나가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이만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