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국 총리 20명 성적표는 대처·애틀리, 5점 만점 공동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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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BBC가 발간하는 역사 잡지 'BBC 히스토리 매거진'이 20세기 영국 총리를 지낸 20명의 성적표를 매겼다. 두 명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한 클레멘트 애틀리가 5점 만점을 받았다. 대처는 보수당, 애틀리는 노동당 출신이다. 윈스턴 처칠은 4점, 현직인 토니 블레어는 중간 수준인 3점이 나왔다. BBC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평가를 주도한 역사학자 프랜시스 베켓은 "대처는 영국 사회를 전혀 다르게 변화시킨 인물"이라고 만점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40세 이하의 영국인들은 노동조합이 영국을 사실상 지배했던 때를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며 "1985년 대처가 탄광 노조의 파업에 맞서 결국 그들을 굴복시켰던 때가 영국 사회의 결정적 변화의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45년부터 51년까지 노동당 정권을 이끌었던 애틀리는 정반대의 이유로 만점을 받았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을 만들고, 영국 경제의 20%가량을 국유화하는 등 복지국가의 틀을 다졌다. 인도의 독립을 승인한 것도 그다.

이 잡지 편집자인 데이브 머스그로브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공동 1위에 오른 이유에 대해 "우리는 역대 총리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를 따졌다"며 "정책 자체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블레어 총리는 학교.병원의 일부 민영화 정책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명분이 약한 이라크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이번 평가에서는 0점을 받은 인물도 두 명 나왔다. 55년 처칠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됐던 로버트 앤서니 이든은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하자 56년 프랑스.이스라엘과 함께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로 체면만 구긴 채 철수했다. 2차 대전 직전 히틀러에게 속아넘어갔던 아서 네빌 체임벌린도 공동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체코 일부 지역만 넘겨주면 더 이상 영토를 탐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결국 2차 대전을 일으켰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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