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보는 것은 낡은 옷, 상처투성이 옷감, 아파 보이는 천조각이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엮어 내놓은 작품에는 '실로 짓는 존재의 집' '먼 곳의 기억에 바침'(사진) 같은 제목이 붙었다. 얼룩덜룩 바랜 옷과 보자기 속에서 오래된 시간이 쌓여 이룬 흔적이 피어오른다.
작가는 누렇게 변색한 조선왕조 최후의 왕녀 '덕혜옹주' 사진과 우연히 만난 뒤 상흔 속에서 꽃피는 흰 곰팡이와 같은 인간사를 생각했다고 한다. 보이는 것은 사라져버린 사람이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껍데기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질긴 생명의 우연한 만남과 내밀한 교차다.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따라 기억의 실을 자으며, 시간의 여로에 숨겨져 있는 정신의 양지를 나날이 찾고 있다"고 썼다.
작가를 지도한 사토 이치로 도쿄예대 교수는 "가슴 아픈 근대를 공유하고 있는 두 지역"을 작품으로 잇는 작가가 "더더욱 희망의 싹을 틔우는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9월 5일까지 제1부, 9월 6일부터 12일까지 2부 전시가 이어진다. 02-725-9256.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