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출산율 아이디어 '백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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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다음달부터 버스·지하철에 임산부 전용석이 등장하고, 셋 이상 자녀를 가진 가정에는 은행 예금이자를 더 얹어주고 우유·옷값도 깎아주는 등 무려 50여가지 혜택을 안겨주기로 했다.

부산시가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해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정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시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6년째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출산율 꼴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출산율 1.08명인데 부산시 출산율은 0.88명이었다. 자녀 없는 부부가 모두 양자를 들인다면 전국적으로는 대를 이어갈 수 있지만,부산시만으로 한정하면 그런 방법을 써도 대를 못 잇는 부부가 최소한 100쌍 중 12쌍이나 된다는 얘기다.

부산시는 우선 임산부들을 위해 시내버스마다 지정돼 있는 7~8개의 노약자석 가운데 2~3개를 임산부 전용의자로 바꾸기로 하고 스티커 교체작업에 들어갔다. 또 지하철의 '노약자.장애인 좌석'이란 의자 스티커도 모두 '장애인.노약자.임산부 좌석'으로 바꿔 임산부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또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체를 상대로 '3자녀이상 가정 지원 캠페인'을 벌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은행은 예금 금리를 1% 올려주기로 했고,부산우유는 유제품 값을 1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부산대병원.해운대요양병원 등의 병원과 한의원은 본인 부담 입원.진료비를 10~50%,(주)세정은 옷값을 40%, 햇님토이는 장난감을 50%씩 할인해주는 등 50여개 업체가 부산시에 동참을 약속했다.

부산시는 이달말까지 참여기업의 신청을 받은 뒤 구체적인 할인율과 방법 등에 관한 실무협의를 거쳐 10월 15일께 협약을 체결하고 연말쯤부터 '세자녀 이상 가정'임을 증명하는 인증카드를 발급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줄 방침이다.

부산시 여성정책담당관실 최기원 팀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임신.출산 장려정책은 대부분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일반 가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장려책을 따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부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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