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신문 한글전용 "서재필박사 스스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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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독립신문의 한글전용을 결정한 인물은 지금까지 알려져온 주시경 선생이 아니라 서재필 박사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어학자인 서울대 이기문교수는 최근 주시경 연구소가 펴낸 『주시경학보』제4집에 기고한 「독립신문과 한글문화」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서박사는 이밖에 현대맞춤법의 모태가 되는 빈칸 띄어쓰기와 표기법 등도 스스로 결정, 신문제작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교수의 주장을 간추려 소개한다.
『독립신문이 창간된 1896년 4월7일 당시 주시경은 약관 20세였고 96년 3월 이후 비로소 서재필을 만났다. 창간을 보름 남짓 남겨둔 서재필이 한글전용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가 주시경의 권고로 한글전용을 결정했다는 것은 납득할수가 없다.
서재필과 주시경의 본격적인 인간관계는 독립신문 창간뒤인 그해 5월 서재필의 만국지지강의때부터 이며 오히려 서재필이 주시경에게 국어에 대한 영향을 끼쳤다.
독립신문 창간호의 논설은 국문전용의 취지를 밝힌 역사적인 글로 이 글이 서재필에 의해 씌어졌다는 데는 의심과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한글전용의 기본취지가 「남녀샹하 귀쳔이 모도 보게 홈」이라고 천명한 점 ▲빈칸 띄어쓰기에 대해「귀졀을 졔여쓰기는 알어보기 쉽도록 홈」이라고 밝힌 점등으로 미루어 볼때 미국에서 영어와 외국어교육을 받았고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교육에 대하여 잘 알고있는 서재필이 아니고는 쓸수 없는 글이다.
특히 띄어쓰기가 주시경의 주장이 아닌 것은 그의 최초의 저서인 『대한국어문법』(1906)이 전혀 띄어쓰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데서도 알수 있다.
서재필은 이밖에 옥편, 즉 국어사전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역설해 말과 글의 표준화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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