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 영 전략연,수석연구원 이색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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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군/민족분규 진압에 어려움/여러인종으로 편성… 동족에 총부리 대는 격/개혁정치 이후 군 입지 약화로 사기도 저하/동시 다발땐 무력화 가능성
○…소련 발트해연안 국가들의 독립요구와 아제르바이잔의 종족분규에 따른 무력충돌이 소련내 여러공화국으로 번질 경우 소련이 과연 이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가 서방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련이 아제르바이잔같은 일부지역에서의 무력사용이 엄청난 저항을 받아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군의 사기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하고,이같은 현실이 여러지역으로 번질경우 정부와 군이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 국제전략연구소의 맬컴 매킨토시 소련관계 수석연구원은 소련군의 사기와 관련,흥미있는 분석을 시도,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매킨토시가 최근 뉴욕 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것이다.<편집자주>
아제르바이잔공화국 분리주의자들의 폭력을 진압하려는 소련군의 어려움은 고르바초프에겐 분명 악몽이라고 할수있는 여러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만약 구성공화국들의 분리 독립요구가 발트해국가들과 태평양주변 공화국들을 휩쓴다면 소련의 안정과 단결은 어떻게 될까.
오랫동안 억압당해온 민족적 적대감이 발트해국가들,몰다비아,그리고 비슬라브계 공화국들인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동시 또는 잇따라 폭력적으로 타오른다면 소련군은 어떻게 대처할수 있을 것인가.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토록 명령받은 소련군은(특히 육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적절한 훈련과 능력,장비 그리고 사기와 충성심을 갖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분명치 않으나 이번 아제르바이잔 군작전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고르바초프와 소련군 지휘부를 잠못이루게 할것이 틀림없다.
1백59만6천명의 소련 육군은 지금까지 국내분쟁엔 개입하지 않아왔다. 이들중 1백20만명은 소련 전지역에서 징집된 병력이다. 아르메니아인이 아르메니아인에게,그루지야인이 그루지야인에게 총을 쏠수 없다. 소련 육군은 국내의 적이 아니라 외적에 대항해 조국을 지켜온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있다. 특히 장교들은 이같은 애국적 전통에 대해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련육군은 분리ㆍ독립을 외치는 공화국들의 반란을 당분간 억제할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자원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공화국에 주둔중인 병력을 철수,보강할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때 이는 사실이 될것이다. 소련의 주요 당간부들은 벌써 아제르바이잔을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나 레바논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군이 고르바초프를 제거하는 쿠데타를 기도할것 같지는 않다.
소련에서 군은 정치(당)에 복종하는 전통을 갖고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군의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3년전 고르바초프는 육군의 약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국방계획을 실시했다. 이계획은 육군의 경제적ㆍ인력자원을 박탈했을뿐 아니라 군의 소련사회에서의 지위와 특권도 박탈했다.
평생을 군에서 보낸 고급장교들은 그들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이같은 당지도자들의 태도에 혼란과 모욕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같은 감정은 비단 장교뿐 아니라 일반 사병들에게까지 번져가고 있다.
무장봉기진압에 가장 큰 장애는 유한자원인 인력과 물자를 분산시키고 인종적ㆍ종교적 동기를 갖고있는 완고한 저항세력과의 장기전투에 따른 군사적 소모가 될것이다.
현대의 가장 큰 군사조직가운데 하나인 소련군이 작은 국가들에 의해 저지되거나 패배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봉기 (인티파다) 에서,영국이 키프로스에서,그리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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