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진 씻고 신기원 맞을 채비|올 한-중 교역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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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업계 분석>
지난해 한중 양국관계는 무역·투자 및 공식관계 진전 등 다방면에 걸쳐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 상을 면치 못하고 말았다.
이는 88년9월 개최됐던 중공당 3중전회 (중앙위원회전체회의) 이후 계속된 안정화 우선의 긴축조치에 6·4천안문사태를 고비로 하는 중국국내정세와 우리측의 가격경쟁력 저하 및 중국열진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의 관계당국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간 왕복 교역액은 약29억5천만달러로 추계됨으로써 당초 예상치 45억 달러는 물론 지난해 실적 3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10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부진을 보였다.
무역수지 면에서도 88년 한국 측이 3억 달러 (대중수출17억 달러, 대중수입 14억 달러)의 흑자를 보인 반면 작년에는 오히려 3억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79년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지난해까지 9년동안 한중 교역액이 연평균 51·4%씩 증가해오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전자·전기·화학제품 등은 신규주문이 거의 중단되는등 소비재 완제품 수요가 격감했다.
투자분야에서도 럭키금성의 북경완구공장 합작투자, 삼성의 심천TV공장 일부 지분 참여 등 이미 깊숙한 상담이 됐던 것을 제외하고 드러난 자료만으로는 이렇다할 새로운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급진전을 보였던 중앙차원의「사무소」 설치문제도 하반기 들어 소강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코트라 (대한무역진흥공사)를, 중국은 중국 국제무역촉진회(CCPIT)를 내세워 지난해3월 북경에서 1차 회담을 개최한데 이어 5월에는 서울에서 2차 회담을 갖고 서울과 북경에 각각 복합적 기능을 갖는 사무소를 설치한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한·소 관계가 모델>
두 차례의 회담에서 중국 측은 사무소에 비자발급을 포함한 영사기능까지 부여할 것을 희망했으나 명칭에서 민간기구간 대표사무소만을 고수했었다 이는 중국 측이 정부기능의 일부 부여가 양국관계의 공식, 또는 준공식화로 확대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명칭에「한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며 준공식차원의 사무소로 격상시키려는 우리측과 이견을 보여왔다.
이 같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제3차 회의가 예정됐으나 6·4 천안문사태의 돌발로 아직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민간경제협의회(IPECK)의 일방적인 방중계획이 무산됨으로써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측의 차관제공 요청에 따라 김복동 IPECK고문이 방중, 중국국제투자신탁공사(ClTIC)와 협상했으나 차관협정의 합의주체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88년까지만 해도 금지됐던 대중수출상품에 「메이드인 코리아 (한국산)」의 표시가 가능해졌고 지난 6월에는 한중간 직항 선이 취항했으며 천안문사태 직후인 7월에는 북경국제박람회에 「코트라」 명의의 참가라는 진전이 있었다.
중국은 한중 관계를 민간차원에 국한시키려 하고 있으며 정부차원의 공식관계수립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두개의 중국부가」및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실리위주의 접근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지 양국간「사무소」설치 문제는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무소설치협상에 결론이 나고 하반기에는 서울과 북경사이에 사무소가 정식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그 형태는 한 소 관계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만문제를 안고있는 중국은 대한관계 공식화가 두개의 중국인정이라는 난점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 소 관계를 앞질러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사원 주재 늘듯>
홍콩의 관련업계는 90년도의 한중교역도 다소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긴축조치와 수출촉진·수입억제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9월에는 북경아시안게임이 개최되며 천안문사태이후 얼어붙었던 서방의 대 중국제재조치도 북경의 계엄해제 등으로 해빙될 조짐이 있어 한중교역에도 긍정적 요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복건성·산동성 등이 한국상사원에게 장기복수비자를 발급하고 북경시도 2회 입·출국이 가능한 비자와 한국주재원가족의 상주를 허락함으로써 금년부터는 한국국적 상사원과 가족의 북경주재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박병석 특파원>

<국내업계 전망>
89년도 한국과 중국의 교역규모는 양국간 교역이 무공의 통계에 계상된 79년이래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업계 및 관련기관은 이를 비관만 하고 있지 않다.
대한무역진흥공사·한국무역협회 등 관련기관은 한국의 주종 수출품인 전자제품·저가부품·통신기기 등이 89년의 경우 중국의 사전수입검사제,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제한제 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감소를 보였으나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전체적인 현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중국 긴축정책의 영향을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무공·무협관계자들은 중국이 천안문 사태 등 국내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외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 한국 등 서방 국들의 투자를 보강했으며 원자재를 비롯한 한국의 대중수입 희망품목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업계 및 관련기관들은 오히려 89년의 경험을 통해 중국이 서방과의 경제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길 희망하고 있으며 원자재 등의 안정공급 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공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90년도 경제성장률은 약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출은 89년보다 미화기준으로 50억 달러가 증가된 7백50억 달러, 수입은 93억 달러가 증가한 7백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한국의 대중수출도 90년에는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업계 및 관련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중투자사업도 90년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한중교역이 신기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한국의 대중 투자진출(11건)이 90년에는 더욱 본격화될 것이며 천안문사태 이전에 진출한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현지 공장을 가동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실리위주로 접근>
이들은 한국의 대중투자가 천안문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나 이 어려움을 딛고 넘어서 보다 적극적인 교류채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와 관련기관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89년의 경우 천안문사태 이전에 이루어진 합작투자는 금성의 TV제조공장 (주해·89년5월), 큐티양행의 봉제완구생산 (천진·89년5월) 등 4건에 불과한 반면 천안문사태가 진정된 후반기에는 한국 토프론이 스피커부품생산(청도·89년9월), 정이산업의 조명 등 제조(진황도·89년7월)등 11건의 투자가 이루어져 업계의 대중진출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공·무협·국제민간경제협의회 등 관련기관은 천안문사태 이전에는 업체들이 주로 선전과 홍보에 치중한 반면 후반기에는 중소기업위주의 실리추구형 투자전략을 세워 착실한 진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조업중인 한국투자진출업체의 수는 10개사, 투자규모는 약1천만달러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계약체결 후 한국은행의 허가를 체결한 업체의 수는 19개, 투자규모는 1천7백만 달러에 달한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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