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서울시 합동감사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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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에 대한 정부 합동감사를 앞두고 정부가 예비감사를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자 서울시가 '강압감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 조성을 둘러싼 갈등에 이은 서울시와 정부의 두 번째 충돌이다.

행정자치부 등 5개 부처 합동감사반 13명이 서울시 별관의 감사담당관실에 온 것은 28일 오전 10시쯤. 이들은 다음달 14일 시작되는 서울시에 대한 5개 부처 정부 합동감사를 위한 예비감사 명목으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예비감사를 위해 필요한 사무실과 컴퓨터 등 사무 집기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20여 분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시 최임광 감사담당관은 "합동감사를 11월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행자부에 요청해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감사받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반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서울시 감사관실에 머물며 계속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피감기관 실무책임자인 서울시 이봉화 감사관은 간부회의.행사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특히 이날 정부 합동감사팀이 도착하기에 앞서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1개 중대병력이 오전 8시40분부터 3시간 정도 서울시 별관 주변에 배치됐다. 이 중 40여 명은 1층 로비까지 진입했다가 서울시의 거센 항의를 받고 30분 만에 물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대문경찰서에 알아본 결과 행자부가 경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동감사팀과 서울시 공무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행자부가 경찰까지 동원했다는 주장이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당초 "행자부에서 경찰 지원 요청이 들어와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명호 경비과장은 "서울시 공무원노조 측에서 행자부 감사인력을 상대로 피케팅을 하는 등 충돌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 자체 판단으로 1개 소대병력 20여 명을 출동시켰다"고 정정했다. 행자부 김기식 지방감사팀장은 "경찰 동원을 할 필요도 없고 요청한 적도 없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평소 예비감사 때는 행자부에서 한두 명이 오는데 경찰까지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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