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는 더 변화가 필요하다/송진혁(중앙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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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통합은 가위 혁명적이라 할만하다. 건국후 처음보는 여야의 합당이요,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볼수없었던 거대여당의 출현이다.
그렇다면 정계개편은 이것으로 충분하고 만족할만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3당통합이 충격적이고 혁명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 보다 정치발전에 기여하고 보다 바람직한 정계구도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계의 변화는 더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우선 3당통합이 보수대연합이란 명분을 내걸고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대할 혁신세력이 없다시피 하고 유력한 정치세력인 평민당내의 보수파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라는 연합의 기준도 모호하고 명실상부한 대연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계개편의 가장 큰 필요성으로 꼽히는 지역성ㆍ사당성의 극복이 3당통합만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역성은 오히려 비호남대 호남의 대립으로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사당성이란 문제에 있어서도 신당은 비록 1인헤게모니체제에서는 벗어날지 모르나 3대파벌을 1노2김이 사조직처럼 거느리고 3인간의 주고받기로 당을 끌고간다면 그 역시 사당적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평민당의 경우 다른 변신이 없는한 김대중총재의 장악이 강화되면 강화되지 완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처럼 3당통합은 정계에 큰 변화와 충격을 몰고오긴 했어도 정치개편이 요구하는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을 다 갖췄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런점에서 좀더 뚜렷한 기준과 명분위에서 좀더 바람직한 정치를 이룩해내는 변화가 정계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일은 정계의 지역성및 사당성 극복을 위한 변화다.
오늘날 이토록 심각한 걱정거리가 되고있는 지역성의 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1노3김의 대통령선거와 그에 이은 13대의원선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4인의 경쟁이 지역간의 경쟁이 되고 4인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다보니 4인중 누가 득세하면 그가 대표하는 지역이 득세하는 것처럼 되고 그가 몰리면 그지역이 몰리는 것처럼 되고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4인의 이런 지역상징성 때문에 그 지역에서는 상징의 추종세력만 당선되고 그 결과가 1인1당식의 4당체제가 된게 아닌가. 다시 말해 4인의 지역상징성에서 4당의 사당성도 나왔다고 볼수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성ㆍ사당성을 극복하자면 4인의 지역상징들의 용단이 필요하고 정계가 크게 모습을 바꾸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그런 결단의 호기라고 생각된다.
먼저 3당통합측의 1노2김은 신당을 일정한 궤도 위에 올려 놓은후 신당운영의 2선에 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 YS=민주파=부산ㆍ경남,JP=공화파=충남의 등식에서 탈피해 민주파에도 부산ㆍ경남 출신 아닌 지도자가,공화파에서도 충남출신 아닌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민주파나 공화파나 부산상징성,충남상징성에서 풀려날수 있고 지역성 탈피의 길이 열릴수 있게 된다.
신당안에 파벌이 있는것도 좋지만 특정지역ㆍ특정지도자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을게 아니라 정책이나 민주화투쟁의 전통ㆍ국가경영의 경륜등으로 파벌의 개별성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평민당도 마찬가지다. 평민당지도부가 호남상징에서 탈피해 타지역지도자가 다수 들어서고 그들의 역할과 정치적 촉망이 커져야 평민당도 전국당으로 성장할수 있을 것이다. 3당통합으로 고립된 평민당의 살 길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현재 사정으로 보아 김대중총재가 당장 2선에 서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나 그 전이라도 문호를 개방하고 지도부를 넓혀 지역성ㆍ사당성을 희석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극복해야 정권을 경쟁할수 있는 집권대체세력도 될수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으로서는 신당이 내각제를 택한 만큼 13대국회말에 개헌이 된다면 임기가 1년쯤 남았더라도 사실상 내각제로 권력을 운용할 용의를 가져야 하리라 본다.
1노3김이 각기 이런 양보가 있어야 맞수끼리의 상응한 양보를 끌어내고 그들이 갖는 지역상징성과 당과 파벌에 행사하는 독점성을 완화ㆍ해소할 수 있으며,국민이 바라는 세대교체ㆍ물갈이의 길도 트인다고 보는 것이다. 1노3김이 이정도의 일을 해낸다면 그들이 우리의 정치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매우 크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1노3김의 이런 결단과 함께 4당에 속해있는 정치인들도 지금이야말로 처신을 분명히 할 때라고 본다. 보스가 끄는대로 야당도 하고 여당도 할게 아니라 현재의 소속정당을 불문하고 6공정권의 편에 서고싶으면 신당에 합류하고 그렇지않다면 야당을 택하는 것이 옳다. 내각제냐,대통령제냐의 소신에 다라 당을 결정하는 것도 지금이 바로 기회다.
자기의사에 반해 끌려가는 처신을 한다면 결국 몸담은 당에서 불만파노릇이나 하기쉽고 그런 사람의 정치적 장래는 보나마나가 되기 십상일 것이다.
이처럼 정치지도자나 정치인들이 필요한 결단과 선택을 분명히 하는 바탕위에서 정계개편이 진행돼야 국민이 기대하는 보다 바람직한 새로운 정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결단이나 선택은 충분히 나오지 않고 있으며,그런점에서 정계의 변화는 더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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