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지" 이란, 잠수함서 미사일 발사 등 미·이스라엘 상대 연일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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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 유조선 공격 가능=26일 원자로 냉각수로 쓰이는 중수 공장을 개장한 지 하루 만에 이란은 또 서방을 자극했다. 이란 국영TV는 27일 "해군이 걸프 해역에서 스텔스형 미사일인 사게브(sagheb)를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해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란에서 개발.생산된 장거리 미사일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러시아에서 제작된 킬로급 구형 디젤 잠수함 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소형 잠수함 자체 건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발사된 사게브 미사일은 사정거리 80~250km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이다. 이번 잠수함 미사일 발사는 19일 시작된 '졸파카르의 강타'로 명명된 훈련의 일환이다. 졸파카르는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로 시아파 최고 이맘인 알리가 가졌던 보검을 뜻하기도 한다. 이란은 20일에도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10발을 시험 발사했다. 무인항공기, 공수 부대, 전자전 부대, 특수부대도 훈련을 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5주 동안 진행될 이 훈련은 외부 세력의 침공에 대비해 신형 무기와 전술을 시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혀 이 훈련이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훈련이 31일로 잡혀있는 핵 활동 중단 시한이 지난 다음까지 계속된다는 점에서 유엔 안보리와 미국,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시위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아랍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26일 걸프해역서 이란의 해군 함정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AFP=연합뉴스]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자극=아랍 언론들은 이란이 이번 군사훈련과 신무기 실험을 통해 언제라도 세계 최대 원유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최대 너비 50km의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대부분이 지나는 수송로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군사 훈련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발끈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파이살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권에 "중동 패권을 노리는 이란에 협조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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