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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공개념 쇼크 확산] 아파트·재개발·토지 '거래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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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언 쇼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대상 아파트 호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추가 하락을 우려한 매수자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해약 사태…분양권도 급랭 #아파트값 내림세 수도권까지 번져

일반아파트는 물론 재개발지분.분양권.토지 등의 거래도 실종되면서 값이 빠지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달말께 나올 대책은 지난 5.23, 9.5대책과는 달리 세제.금융.교육문제를 포괄하는 초강도여서 투자자나 업체들 모두 불안에 휩싸여 있다. 대책 발표 이후에나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속락 속 계약해지 속출=이달 들어 최고 9천만원 내린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에선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잠실주공 1단지 13평형의 경우 이달 초 5억3천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4억4천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며 "이러다 보니 계약후 중도금을 치르지 않은 매수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하락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형 평형의 매매 호가가 최고 수억원까지 빠졌으나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101평형 호가는 10월 초 25억~30억원에서 현재 22억~25억원으로 최고 5억원 가량 하락했다. 이 아파트 68평형 B타입도 16억5천만~19억원에서 15억~16억원으로 최고 3억원이 빠졌다.

아파트 내림세도 강남에서 목동, 수도권 등으로 번지고 있다. 광명.수원.과천 등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도 호가가 이번 주 들어 5백만~2천만원 내렸지만 거래가 뜸하다. 광명시 하안본2단지 15평형은 1천만원 떨어져 2억6천만원에 팔아달라는 매물이 나왔다.

철산동 공인중개사 A 사장은 "盧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언 이후 매물이 늘기 시작해 평형별로 10여개씩 나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값이 급등한 양천구 목동과 분당신도시에도 1천만~2천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당 K부동산 吳모 사장은 "강남권에서 촉발된 아파트값 하락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도미노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재개발.분양권시장도 급랭=9.5대책 이후 반사이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렸던 서울 재개발시장은 매물이 속속 등장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성동구 금호 14구역 대지 5평, 건평 10평 기준 주택의 경우 지난 주말 1억5천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1억4천만원으로 1천만원 빠졌다.

금호동 A부동산 李모(45) 사장은 "아직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만큼 하락 폭이 크진 않지만 '공개념'충격을 받고 있다. 당분간 가격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 4구역 일대의 경우 호가가 이달 초만 하더라도 평당 2천만원까지 뛰었으나 지금은 1천3백만원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그동안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손바뀜이 잦았는데 이달 말의 고강도 대책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분양권시장도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경기도 화성.평택.오산 등 신규 공급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많이 나온다. 내년 4월 입주하는 화성시 태안읍 주공 11단지 32평형은 지난 주만 해도 웃돈이 7천만~7천5백만원 형성됐으나 지금은 5백만~1천만원 떨어졌다.

태안읍 윤행만 공인중개사는"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분양권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이번 주 들어 매수세가 끊겼다"고 말했다.

다음달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길동 LG강동자이, 부천시 범박동 현대홈타운 분양권도 약세로 돌아섰다. 부천 동우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들도 대책 발표 이후에나 내집 마련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토지.상가시장도 관망세=김포신도시 개발 바람으로 땅값이 크게 올랐던 강화도의 경우 이번주 들어 거래가 중단됐다. 강화도 한 중개업자는 "50억~60억원대 매물이 나오는 대로 구해달라며 계약금 5억원을 맡겼던 서울 강남의 '큰손'이 盧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언 이후 이 돈을 되찾아갔다"고 말했다.

다음달 분양하는 고양시 풍동택지개발지구 인근의 관리지역 내 논.밭은 평당 2백50만~3백만원을 호가하지만 거래가 안 된다. 풍동 김철헌 공인중개사는 "이번 주 들어 매물이 제법 나오고 있다"며 "흥정을 하면 평당 5만원 이상은 깎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시 택리지부동산 김학수 사장은 "땅은 아파트에 비해 장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아직 눈에 띄게 값이 빠지진 않고 있으나 다음달 이후엔 영향권에 접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상가의 경우 아파트보다는 충격이 덜하나 투자심리는 많이 꺾였다. 서울 강북권에서 1천여개의 점포를 분양하는 업체 관계자는 "토지공개념 발언 이후 상가에는 여파가 덜하지만 관망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80% 정도 계약됐다는 경기도 성남의 한 테마쇼핑몰 분양 관계자도 "계약 포기가 나오거나 문의가 줄지 않았지만 전체 시장이 위축될 경우 영향권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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