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엇박자 尹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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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집값과 교육 문제는 인과 관계가 별로 크지 않다."

'집값 폭등'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윤덕홍(尹德弘)교육부총리가 한 말이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교육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그는 "학원이 있다고 중산층이 강남으로 이사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뜬금없는 발언이었다. 많은 사람이 교육 문제가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부처 시각과 동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건설교통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놓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반향도 컸다. 이런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본지 인터넷 사이트에는 尹부총리의 '잘못된' 현실 인식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애들 교육 때문에 올 초 강남으로 이사했는데 상관이 없다니 무슨 소리냐'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교육부총리 혼자만 모르고 동문서답한다'는 등….

정부 관계자들도 尹부총리의 말에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경제 부처 장관은 사석에서 "교육 문제를 풀지 않으면 강남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국무위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尹부총리만 '생각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빚게 돼 국민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최근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해 강북에 특목고를 증설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교육부 측이 '실효성'을 거론하며 마땅찮아 한 것이 좋은 예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선 경제 부처들이 교육 관련 정책을 불쑥 내놓는 것을 문제삼을 수 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경제 부처가 나서겠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尹부총리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남중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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