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열대야 줄이려면 녹지·하천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올 여름엔 열대야를 이기지 못해 한강시민공원으로 나와 더위를 피한 서울시민이 많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5도나 올라갔다. [중앙포토]

올 여름에는'열대야(熱帶夜)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유독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열대야 일수는 1900년대 초보다 최근 두 배 이상 늘었다. 열대야의 발생과 증가 원인, 열대야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공부한다.

◆열대야란=열대야는 '열대 지방처럼 더워 잠을 설치는 밤'이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기상청은 하루 중 최저온도가 섭씨 25도를 넘으면 열대야로 판정한다. 열대야는 하루 평균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이고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여름, 특히 장마 뒤에 잦다.

열대야는 기상용어는 아니다. 25도가 왜 열대야의 기준인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 전문가들은 경험상 많은 사람이 잠을 못 이루겠다고 아우성치는 '사회적 온도'로 풀이하고 있다.

◆열대야 현상의 원인=지표면(땅)은 공기보다 쉽게 더워지고 식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낮에는 지표의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지만, 밤이 되면 땅이 먼저 식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복사냉각). 그러나 주변 상공의 온도가 지표 온도보다 더 높을 경우 열기가 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밤에도 높은 온도가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7~8월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해 복사냉각 효과가 줄면서 한밤에도 25도가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장마 뒤에 잦다.

열대야의 주된 원인은 복사열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빨강~보라)은 피부에 닿아도 그렇게 뜨겁지 않다. 그러나 검정 등 짙은 색 물체에 흡수되면 적외선 형태의 복사열이 방출된다. 한낮에 아스팔트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가 바로 복사열이다.

복사열이 대기에 포함된 수증기나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탄 등)에 흡수되면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날에는 한낮의 열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열대야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열대야 현상은 농촌보다 '열섬 현상(heat island)'이 있는 도시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도시에선 열 용량이 큰 아스팔트 도로와 빌딩 등 인공 구조물이 열을 흡수하고, 흡수된 열이 적외선 복사 형태로 다시 내뿜어져 도시 전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게다가 사람과 자동차.냉방기기 등도 열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도심의 기온은 녹지가 많은 주변 지역보다 2~5도 가량 높다. 이를 열섬 현상이라고 하는데, 기온이 같은 지점을 등온선으로 연결하면 높아진 도시 안의 기온 분포도가 마치 섬의 등고선 같은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열섬 현상의 반복은 도시 열대야를 일으키는 주 요인이 된다.

지구 온난화도 열대야에 영향을 끼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0년 동안 세계 평균기온은 0.6도 높아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4배인 1.5도가 올랐다. 급격한 도시화 때문에 세계 평균보다 상승 폭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열대야 어떻게 줄일까=열대야는 대기의 온도 상승 때문에 일어나므로 결국 도심 곳곳에 녹지나 하천 등을 조성해 자연이 열을 식히는 용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녹지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기온이 0.9도씩 낮아진다. 그리고 건물 한 채에 2.4배의 녹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제주시는 1980년대부터 각종 개발 사업으로 2889ha(약 874만 평)의 산림이 사라지며, 80년대 평균 14일이었던 열대야 일수가 최근 19.8일(2001~2005년)로 증가했다. 반면 대구는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 95년부터 지금까지 1000만 그루의 나무 심기 사업을 펼쳐 도심 열기를 크게 낮췄다.

서울의 경우 전체 면적의 49%(베를린은 34%)가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데, 청계천 복원으로 주변 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2~3도 낮아져 피서지로 인기다. 이미 만들어진 건물의 경우 옥상 등에 작은 정원이나 녹지를 마련할 수도 있다. 에너지와 자원 절약을 실천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