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진 'J-리그 한류'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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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9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황선홍(당시 가시와 레이솔)은 24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2위 조 쇼지(당시 요코하마)와는 6골 차이였다. 2000년 유상철(당시 요코하마 마리노스)은 정통 골잡이가 아님에도 17골로 득점 3위에 올랐다. 2001년에는 최용수(당시 제프 이치하라 유나이티드)가 21골로 득점 2위를 했다. 황선홍과 최용수는 일본 무대에 오르자마자, 태풍같이 J-리그를 휩쓸었다. 황선홍은 98년 여름, 최용수는 2001년 초 데뷔했다. 당시 일본 축구 관계자와 언론은 "일본도 저런 골잡이가 있다면 국제무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시미즈 S-펄스의 조재진(25.사진)이 J-리그 한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재진은 26일 시즈오카에서 열린 2006 J-리그 20차전 FC 도쿄와의 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현재 정규리그 득점랭킹 단독 5위(11골), 1위와는 3골 차다. 10경기 정도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지금의 페이스라면 득점왕도 노려볼 만하다.

2006년은 조재진에게 특별하다. 일본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흠잡을 데 없는 스트라이커"라는 칭찬도 들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교체 없이 뛰었다. 이동국(포항 스틸러스)이 부상으로 중도하차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에게 '운 좋은 선수'라고 했다. 그러나 안정환과의 주전 경쟁에서 당당히 '원톱 주전' 자리를 꿰차자 조재진을 향한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1m85㎝의 조재진은 제공권이 뛰어나다. 힘도 좋아 수비와의 몸싸움에 능하다. 이기적이지 않은 플레이도 그의 장점이다.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헤딩 어시스트는 그가 헤딩력뿐 아니라 팀 플레이 능력도 상당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트라이커로서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팀 원톱 경쟁 후끈=16일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전 때만 해도 안정환이 한걸음 앞서 있었다. 조재진은 부상이었고, 정조국(FC 서울)은 아직 설익어 보였다. 그러나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조재진은 J-리그에서 가파른 상승세다. 정조국은 대만전에서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데뷔골을 넣은 뒤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26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반면에 안정환은 정착할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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