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소통 정치' 강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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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정무팀을 신설했다. 청와대는 27일 정무비서관(정무팀장 겸임)에 정태호(43) 대변인을 발탁하고, 기획조정비서관의 명칭을 정무기획비서관으로 바꿔 소문상(42) 기획조정비서관을 임명했다. 신임 대변인에는 윤태영(45) 연설기획비서관이 임명됐다.

특히 청와대는 이강철 특보 외에 비상근 정무특보를 더 늘려 정무특보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하는 등 정무 기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정무 기능 강화는 2004년 5월 유인태 수석을 끝으로 정무수석직이 폐지된 이래 2년3개월 만이다.

◆왜 강화하나=윤태영 신임 대변인은 "당 쪽에서 당.청 관계를 활성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청와대에서도 정무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청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부쩍 임기 말을 의식한 발언의 빈도가 많아졌다.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는 "넘어야 할 다섯 고개"로 ▶여소야대 ▶지역감정 ▶언론의 정치공세 ▶여당의 공격 ▶게이트 등을 꼽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무기력했던 것과 달리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던 임기 초반에는 '국민(여론)과 함께'만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여당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정부 법안이 산적해 있다. 그동안 "정무수석을 부활시켜 달라"는 당 쪽의 요청을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큰 일"(2005년 6월)이라며 일축했던 노 대통령이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여당과 함께하는 국정 운영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당 소속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다. 당직자 또는 선수(選數).국회 상임위별로 나눠 식사를 함께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을 만난 의원들은 "대통령이 많이 들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당.청 관계를 잘 만들어 가려는 생각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당.정 분리를 강조, 당 쪽의 불만을 샀던 이전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의원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고 말해 앞으로 당 쪽 인사들과의 접촉 빈도가 잦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소통 잘될까=노 대통령은 최근 여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인기(지지율)나 소통에 관심을 두려 한다"며 '소통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정치권이 올해, 그리고 내년에 활동성이 기민해지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도 좀 더 대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소통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0대 비서관 2명이 포진한 정무팀만으로 여야 의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질지는 의문이다. 가뜩이나 사학법 재개정,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친(親)기업' 행보, '바다이야기' 파문 수습 방안 등을 놓고 당.청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당과 청와대는 바라보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청와대는 '마무리'에 시선을 두는 반면 당은 차기 대선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응시하고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파문, 법무부 장관 인선 갈등 등에서 이런 시각 차는 이미 증명됐다. 그래서 이강철 특보 외에 신계륜 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정무특보단을 구성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회전문 인사냐"=8.27 청와대 인사 스타일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또 회전문 인사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 인사를 자리를 바꿔가며 돌려막는 식으로 요직에 기용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인사 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두 번째로 대변인을 맡게 된 신임 윤 대변인이나 정태호 정무비서관,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은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비서실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일해왔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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