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팔만대장경 동판으로 다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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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백50여년 전 몽골의 침입에 맞서 호국의 염원을 담고 새겨졌던 해인사 팔만대장경(세계문화유산.국보 32호)이 동판(銅版)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인사 주지 세민 스님은 16일 "오는 2005년까지 목판 팔만대장경을 수명이 1만년이 넘는 동판으로 새롭게 재현한다"며 "동판 팔만대장경은 목판을 대신해 인경(印經.경전을 찍어내는 일).관람.행사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재의 수명이 1천여년에 그쳐 동판본 제작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동판 대장경은 목판본을 모델로 한다. 가로 세로 크기가 6백95×2백39.5㎜로 차이가 없다. 다만 동판본이 4.5㎏으로 1㎏ 가량 더 무겁다. 또 동판본은 목판본보다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총 8만1천2백58장으로 구성된 목판 대장경에서 빠진 일부 경전을 추가하고, 원효.의상 등 고려시대까지의 큰 스님이 남긴 어록도 동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해인사 측은 그간 금속공예가.건축가.금속조각가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사업을 진행해왔다. 일례로 목판본의 이자체(異字體.음과 뜻은 같으나 모양이 다른 한자)는 동판본에서 하나로 통일된다. 세민 스님은 "이번 불사(佛事)에 참여하는 사람의 이름을 경판에 새겨 해인사에 봉안한다"며 "소장을 원하는 가정이나 회사엔 별도의 경판을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동판 대장경은 해인사 성보박물관 전시 공간에 임시 보관되며, 향후 새로 지어질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법당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055-934-3105~6.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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