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Leisure] '리어카목마·청룡열차' 그때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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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동네 어귀. 리어카가 한 대 자리를 잡는다. 익숙한 동요를 틀어대니 좀 전까진 '코빼기'도 안 보이던 동네 꼬마녀석들이 어느새 몰려든다.

그곳엔, 그러니까 동네 어귀 양지 바른 돌담 곁엔 목마가 서 있었다. 리어카 목마. 변변한 놀거리 없던 아이들에게 리어카 목마는 하나의 환상 모험이었다. 스프링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는 볼품없던 목마. 무심한 표정으로 목마를 흔들던 아저씨. '쭈쭈바'를 빨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 삐걱삐걱 스프링 흔들리던 소리는 저녁해가 떨어질 때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 청룡열차 전성시대=일년에 딱 한번. 어린이날은 '청룡열차'((右))를 타고 자장면을 먹는 날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이 개장한 73년 어린이날엔 60여만명이 어린이대공원에 몰렸다. 당시 청룡열차 요금은 어른 1백원.어린이 50원. 그래도 매표소 앞에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타는 시간은 1분도 안 됐고 요즘같은 공중 회전도 없었다. 그저 경사 좀 오르다 내려오면 끝이었다. 76년 자연농원이 생기면서 놀이공원은 현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변치않는 인기 '범퍼카'=놀이공원의 3대 기구라면 청룡열차.회전목마.범퍼카다. 하지만 청룡열차와 회전목마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대부분 철거되거나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범퍼카만 예외다. 늘 미어터진다. 주말 평균 한시간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왜 그럴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범퍼카 이용 인구가 바뀌었단다. 예전엔 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엔 어른들이란다. 주로 단체로 입장한 직장인들. 그들은 팀을 이루고 작전을 짠단다. 이상하게도 한 차만, 다시 말해 나이가 좀 지긋해 보이는 한 사람의 차만 집중 공격을 당한단다. 반나절 동안 범퍼카만 타고 나오는 직장인도 있단다.

◇ 신개념의 놀이기구 '자이로드롭'=98년 서울 롯데월드가 설치한 자이로드롭. 78m 높이로 수직 상승했다 시속 97㎞의 속도로 수직 하강하는 드롭(Drop)형 기구다. 철기둥 달랑 하나 세워놓은 모양새는 솔직히 볼품 없다. 그런데도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까지 이용자수는 9백20만명. 요즘도 자이로드롭 앞은 늘 장사진을 이룬다.

자이로드롭의 성공은 업계에서 신화로 불린다. 놀이기구에 대한 통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래 탈 수 있어야 좋은 놀이기구라고 여겼다. 오래 타고 많이 돌아다녀야 본전을 뽑는다고 생각했다. 자이로드롭이 이 통념을 깼다. 2초면 모든 상황이 끝나기 때문이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10대에게 짧고 굵은 한 방은 딱 맞아 떨어졌다. 2초면 충분했다.

◇ 월미도 '디스코 팡팡'을 아시나요=놀이기구 매니어들에게 인천 월미도는 성지(聖地)와 같다. 촌스럽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놀이기구에 그들은 열광한다. 그 열광의 한복판에 '디스코 팡팡'이 있다.

"너! 분홍 재킷! 죽여버리겠어!" "안 떨어져? 어라? 이래도 안 떨어져?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DJ 박근헌(26)씨의 협박(?)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을 태운 원반은 더욱 거칠게 돌아간다. 터지는 비명소리. 원반이 통통 튀기 시작한다. 분홍 재킷을 입은 여학생만 유난히 높이 튀어 오른다. 이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버텨도 소용없다고 했지! 음하하! 내가 이겼다!"

월미도 마이랜드의 디스코 팡팡(아폴로 댄스)은 이런 식이다. 능글맞은 진행의 DJ와 탑승객이 함께 벌이는 한바탕 잔치. 디스코 팡팡에선 대형 테마파크에선 흔치 않은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손민호 기자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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