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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비디오 물 73%가 마약 등 범죄소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 12일 중학교 3학년생 2명이 2학년 2명을 폭행, 납치한 뒤 인질로 삼아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었다.
또 지난해 여름 역시10대 청소년들이 폭력서클을 만들어 합숙훈련까지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었다.
그런데 이들이 털어놓은 범죄동기가 충격적이다. 이들은『TV등에서 폭력물을 보고 범죄행위가 멋있게 보여 흉내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10대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는 것이 홍콩에서 수입되고 있는 액션영화와 비디오 물들이다.
이들 액션물은 또 대부분 범죄조직과 관련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 『의리를 지킨다』또는『악을 응징한다』는 명분아래 무의미하고 잔혹한 폭력·살상장면을 과다하게 묘사함으로써 폭력에 무감각하게 하고 나아가 폭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서울YMCA의 모니터모임인「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16일 청소년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홍콩 액션비디오 물 40편의 내용을 분석, 청소년들에게 미칠 해악성을 지적했다.
모니터결과 40편의 비디오 물 중 73%가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그중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가 60%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위조지폐제조·청부살인·인신매매·무기밀매·도박·강간·사기 등 다양한 범죄유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어 감수성이 예민하고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에게 범죄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비디오물인『영웅본색』시리즈는 범죄조직원과 동생인 경찰관이 그 주인공으로 1편에서 위조지폐 제조·마약거래, 2편에서는 이에 덧붙여 청부살인까지 소재로 다뤄 갈수록 폭력묘사가 많고 잔인한 장면이 늘고 있다.
특히 마약과 관련된 범죄장면의 경우 ▲헤로인을 목에 주사하는 행위(대행동 중) ▲납치된 여자에게 절도를 시키기 위해 환각제주사(용형호제 중) ▲기절시킨 뒤 마약을 주사(공작왕 중)등의 행위가 여과 없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니터결과 평균 방영시간의 31%가 폭력장면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각종폭력행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줄거리를 단순화하면서 폭력도구나 살인방식을 기묘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비디오 물들이 주인공을 영웅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청소년들의 모방을 유도하고 있는 점으로 지적됐다.
모니터모임은 이러한 해악성에 따라 관계당국에 무분별한 수입억제와 심의강화를 요구하고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비디오 물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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