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앞두고 걸림돌 치우기 고심/당국,부작용 줄이기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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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엄격적용­일체불문 사이서 갈등/「경과 조치」등 구제책 기준 논란
내년부터의 금융실명제실시를 앞두고 실명제의 가장 「민감한 부분」들이 하나 둘씩 건드려지기 시작했다.
16일 재무부의 업무보고에서 간단한 「한줄」씩의 형태로 거론된 ▲본인 명의 실명화시 구제책마련 ▲실명전환을 위한 일정유예기간의 설정 ▲금융거래의 비밀보호장치 대폭 강화 ▲고액 금융소득중심의 단계적 과세방안 강구등이 바로 그같은 부분들이다.
아직은 정부의 금융실명거래실시준비단(단장 윤증현 재무부 국장)내에서도 그같은 문제들을 인식하고 「거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예민한 부분이 바로 「본인 명의 실명화시의 구제책 마련」이다.
실명제 아래서는 지금까지 가명이나 타인명의로 숨겨 갖고있던 예금ㆍ주식 등이 그대로 드러나게된다.
이 경우 바로 부닥치게되는 문제가 이들 실명화자산에 대한 자금출처조사여부다.
법대로 한다면 당연히 국세청이 자금출저를 따져 상속세ㆍ증여세등을 죄다 물려야 한다.
또 지금까지 대주주소유지분한도(1부 상장사의 경우 51%이하등)를 초과해서 임원명의 등으로 위장분산시켜놓았던 주식이 실명화될 경우에도 상장종목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든가,또는 증관위규정에 따라 대주주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검찰에 고발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과조치」를 두어야만 실명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데,문제는 그 경과조치의 한계를 어디까지 두느냐 하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법대로 실천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그 같은 경과조치가 정의에 어긋나는 「특혜」로 받아들여질 것이요,이 때문에 재무부안에서도 경과조치를 「구제책」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많은 반론이 있었다고 한다.
실명화되는 자산에 「구제책」을 부여할 경우 과거 72년의 8ㆍ3조치나 82년의 사채 자금양성화조치때 그랬던 것처럼 되레 거액자산의 합법적인 상속ㆍ증여를 가능케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과거 8ㆍ3조치때처럼 이번 기회에 2세 명의로 자신의 재산을 실명화시켜 세금 없이 합법적으로 기업을 대물림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벌써부터 「법규정의 엄정한 적용」과 「일절불문」이라는 양극단의 사이에서 어디 쯤에 「구제책」의 기준을 두어야하느냐로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고,이 문제는 결국 공청회 등을 거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개적으로 도출되는 「국민적합의」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예민한 걸림돌이 비밀보장문제다.
정부는 올해중 법을 고쳐 법관의 영장없이는 자료제공을 금지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과거 3공ㆍ5공 시절의 「경험」은 비밀보장문제가 종종 법이전의 문제였다는 인식을 사회곳곳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들에 비하면 어느 금액기준 이상의 금융자산소득을 종합과세하느냐,실명화 전환을 위한 유예기간을 어느정도나 두느냐 하는 문제들은 오히려 큰 논란없이 수월히 답을 찾을 수도 있는 것들이다.
결코 길지 않은 준비기간동안에 실명화자산의 「구제책」등과 같은 예민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는 또다른 「정치적 성숙」이 필요할 것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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