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비서관 그렇게 대단한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5일 국회 운영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출석한 양정철(42.사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공격적이고 당돌한 태도'(야당 주장) 때문이었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그는 "'당신'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 달라" "질의를 좀 정확하게 해 달라"며 의원들에게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의원들이 반발하자 이병완 비서실장은 결국 "비서진의 답변에 대해 의원들이 불쾌한 부분이 있다면 비서실을 대표해 유감을 표명하겠다"고 사과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도 "양 비서관과 야당 의원들의 논쟁을 바라보는 여당 초선 의원의 마음도 심란하다"며 "언론과의 긴장관계는 좋지만 전투와 전쟁으로 비화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양 비서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아리랑TV 인사 부탁이 비서관 업무와 무슨 상관이냐.

"광의의 업무다. 부탁이 아니다."

-그건 비서관 생각이다. 누가 청탁하면서 동네방네 청탁이라고 선언하고 하나.

"유 전 차관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문화부 장관이나 아리랑TV 사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당신 생각이다.

"당신이란 표현 안 써주시면 좋겠다. 국민이 보고 있고 중계도 하고 있다."(※양 비서관의 이 발언 이후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운동권 출신 맞나. 세간에 물의를 빚은 그 말 많았던 한보의 정태수 회장 비서 출신 맞나.

"아니다. 확인해 보라."(※양 비서관은 한보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가출한 박 대표'로 표현하며 책임성.역사의식.일관성 등이 없는 '5무(無) 정치인'이라고 말한 적 있나.

"글로 썼다. 소신이다."

-(흥분하며)이런 행동이 비서로서 적절한가. 청와대 비서가 뭔가. 그게 비서의 행동인가.

"어떤 행동을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박 전 대표와 삼성 관련 문제, 아리랑TV 부사장 관련해 전화한 것은 비서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오만방자한 행동 아닌가.

"의원님께서 그렇게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보편적 국민의 정서가 그렇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의 본분을 넘어간 일이라곤 생각 안 한다."

-그런 대답이나 말하는 태도가 오만방자하다는 것이다. 양 비서관은 '국회도 면책특권을 버리고 만나자'고 발언했는데.

(※양 비서관은 17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청문회 개최 주장에 대해 "거리낄 게 없다"며 "다만 야당도 자신이 있으면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가리는 장으로 나오라"고 주장했다.)

"발언이 아니라 글이다. 질의는 좀 정확하게 해주면 좋겠다."

-글과 말이 뭐가 틀리나. (책상을 내려치며)헌법이 보장한 면책특권과 국회의원을 모독한 것이다. 사과하라.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만방자해 가지고…. 일개 비서관이 헌법이 보장한 면책특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일개 비서관이라는 말은 쓰지 말아 달라."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양 비서관은 자신의 블로그에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겠다'고 쓴 바 있지 않나. 매끄럽지 않은 언사들이 얼마나 상황을 꼬이게 만드나.

"인정하겠다."

회의가 끝난 뒤 양 비서관은 기자들에게 "준비는 많이 해왔는데 답변은 많이 못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 자리가 그렇게 대단한가"라며 혀를 찼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