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세대 등장 (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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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40대 기수론으로 야당지도자가 되었던 두 김씨가 70고개를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은 비정상이다. 다만 그 동안의 정치 판이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사실 유신과 유신의 아류인 5공 독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2인 장기독점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두 김씨의 앞날은 6공의 민주화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만 해도 이들의 버틸 힘은 5공 청산과 공안정국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사라지자마자 야권통합·정계개편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종속함수인 나머지 한 김씨에 대해서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현재 거론되고있는 야권통합은 실상 두 김씨의 퇴장요구에 다름 아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1노3김간의 개인적인 합종연형이나 지방의회선거 열풍을 이용하는 전술이 동원되겠지만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 민주·공화 통합기도가 소장·중진의원들의 반발로 무참하게 깨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두 김씨의 마지막 보루인 지역지지기반 역시 노태우 정부가 독재로 선회하지 않는 한 약효를 잃을 것이다. 도시영세민·중소기업가·농어민·월급쟁이들의 이해관계란 그들의 고향과는 아무 상판도 없는 일이고 이와 같은 자각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0년대의 시대정신인 남북화해를 앞에 놓고 이들이 영호남의 대결 또는 호남대 비 호남의 대결을 부추긴다는 것은 사회분위기자체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치 판에서의 세대교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살펴보더라도 반봉건·반 식민 시대의 권위주의적인 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사들에게 90년대의 산업화된 사회를 맡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인식은 시민들 사이에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 오직「길드」화된 정당 내부에서만 부인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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