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일촉즉발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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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볼셰비키혁명 이후 최악의 내전/양측 헬기ㆍ장갑차ㆍ기관총까지 동원 전투/타스 특파원 “무고한 사람들 피가 흐른다”
소련의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공화국의 민족분규는 내전 일보직전의 상태로 계속 치닫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일원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연방정부가 군을 투입시키는등 사태진정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워낙 두 민족간 맺힌 한이 깊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소련최고회의간부회가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일원에 15일 선포한 비상사태는 지난 1917년 볼셰비키혁명이후 발발한 내전이래 가장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발표된 비상사태 포고령은 분쟁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장충돌사태를 단순한 민족분규로 보지않고 무력으로 소비에트권력을 전복시키려는 기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연방정부의 군사력을 동원하여 현사태가 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강력 저지하겠다고 선언.
리슈코프총리는 이에 앞서 모스크바에서 가진 노르웨이라디오방송(NRK)과의 회견에서는 『헌법에 관련조항들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할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따라서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군사적 개입을 단행하든지,아니면 통금령을 실시하든지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밝힌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인과 아르메니아인들은 유혈충돌사태가 격화되자 헬기와 장갑차및 기관총등 중화기까지 동원,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련언론들은 헬기등이 이미 2년전부터 현지에 배치돼 민족분규해소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연방정부 내무부소속 군부대로부터 탈취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
보도기관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군용 헬기까지 동원돼 전쟁상태를 방불케 하는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인가』라고 개탄하면서 현지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헬기는 소속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표지가 모두 지워져 있으며 기체는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영 타스통신은 15일 아제르바이잔공화국의 수도 바쿠발 긴급기사를 통해 최근의 무력충돌사태에 따른 참상을 보도.
타스통신의 현지특파원은 『한 경찰관서로부터 2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새까맣게 탄 2구의 시체가 마치 검은 인형처럼 쓰레기더미위에 던져져 있으며 기차역광장에서도 시체들이 불에 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은 사람들이 산채로 불태워지는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흘러 넘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날 발표된 비상사태포고령은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서명하고 최고회의간부회가 승인했는데 비상사태는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인근지역들및 아르메니아공화국에 인접하고 있는 고리스지역까지 적용될 뿐 아니라 이란및 터키접경지대에도 포고령이 발동된다고 공고했다.
포고령은 또 소련외무부가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대이란 국경규제완화 협정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지역에 포함된 고리스는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연결하는 물자공급로 역할을 맡고있는 요충지대.
○…비상사태를 선포키로 결정한 소련최고회의 간부회는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최고회의간부회에 대해 바쿠및 여타 도시들에 통금령을 선포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아르메니아공화국 최고회의 간부회에 대해서도 공화국내 민족적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장 단호한 조치들」을 취해주도록 요청했다.
최고회의 간부회는 이와함께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의 아르메니아 합병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민족운동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라고 촉구.
○…양 민족간의 분규로 지난 88년이후 수백명이 살해됐으며 최근 몇개월사이에는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살고있던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줄지어 도주,바쿠로 건너온 사람만도 20여만명에 달하고 있다.<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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