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하는 소 민족문제 “화약고”/고르바초프 리투아니아 방문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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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당 중앙위 총회서 가장 큰 의제될 듯/발트연안국 문제 해결못하면 실권위기
리투아니아공화국의 소련 이탈움직임을 제지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3일동안의 리투아니아방문을 단행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별다른 성과없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런 와중에 13일 남부 아제르바이잔공화국에선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귀속문제를 놓고 아제르바이잔인과 아르메니아인 사이에 유혈사태가 재연,3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이처럼 소련의 민족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확산,고르바초프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리투아니아에서 리투아니아공화국의 연방이탈이 소련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분리ㆍ독립 움직임을 자제해줄 것과 그 파멸적 결말을 경고하는 한편 구성공화국에 최대한의 정치ㆍ경제적 자치를 보장하는 「새 연방제」안과 다당제도입 의사를 제시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제안에 대해 현지 라트비아인들은 극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지 민족주의 단체인 사주디스(인민전선운동)는 고르바초프의 제안을 「사기」라고 비난하고 30여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리투아니아인들의 독립의지를 과시했다.
이같은 현지인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별다른 성과없이 방문을 마친 고르바초프서기장으로선 앞으로 닥칠 일이 큰 문제다. 우선 이달안으로 열릴 예정인 공산당중앙위총회에서 리투아니아문제가 가장 큰 의제가 될 것이며 이 자리에서 고르바초프는 리투아니아문제로 곤욕을 치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리투아니아의 이탈이 소련의 나머지 공화국들에 미칠 영향도 영향이지만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해연안 3국이 소련에서 이탈할 경우 소련이 직접적으로 볼 피해는 상당히 크다. 경제적으로 소련에서 가장 발전된 지역은 이들 3국이 소련에서 벗어날 경우 소련 산업전체의 「분업체계」가 붕괴될 것이며,군사적으로 발트해로 나가는 통로가 차단됨으로써 특히 해군이 받을 피해는 심각하다.
리투아니아는 지형상 제2차 세계대전후 소련이 독일로부터 얻은 같은 발트해연안의 칼리닌그라드 특별구로 나가는 길을 막고 있어 리투아니아가 떨어져나갈 경우 이 지역이 고립됨으로써 엄청난 군사적 손실을 입게된다.
따라서 발트해 연안국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소련내 보수세력,특히 군부와 KGB가 들고 일어나 고르바초프를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고갈 가능성이 있으며,최악의 경우 그의 실권까지 몰고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리투아니아 방문때 한 대중집회에서 『내 운명이 그대들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자신의 다급한 입장을 토로한 바 있다.
소련 70년 역사상 최고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민족문제의 화약고」 리투아니아를 방문,극적인 전환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고르바초프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서의 유혈사태마저 발발,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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