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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이탈리아 골프대표 김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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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들이 샷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호철 감독. 김형수 기자

"아빠가 샷하는 것 봤지? 페어웨이 벙커에서도 그린에 정확히 올리잖아." 프로배구팀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필드에서도 감독이고 싶어했다.

23일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

골프선수인 아들과 모처럼 라운드한 김 감독은 아들에게 승부욕을 자극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아들이 거리 측정 잘못으로 그린을 오버하는 바람에 공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자, "나 봐라, 아직 공 한 개를 가지고 버티고 있잖아. 선수가 공을 잃어 버리면 되겠니?"

마치 배구코트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 같았다. 샷 방향이 조금 비뚤게 나가면 "정확하게 공을 보내야지"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배구계에서 알아주는 로핸디(핸디캡 5)다. 거리도 거리지만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늘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캐디에게 "이번 공을 어느 지점으로 보낸다"고 미리 알려주고 공을 칠 정도다. 공은 어김없이 예고한 자리에 떨어진다. 그래서 내기를 걸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아쉬워한다.

김호철 감독네는 스포츠 가족이다. 부인 임경숙(48)씨는 배구 국가대표 출신이고, 1남1녀 중 외동아들 준(18)군은 3년째 이탈리아 골프 국가대표다. 1월 미국 플로리다 소그레스 주니어선수권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도 했다. 상대는 아널드 파머의 손자였다고 한다.

누나 미나(22)씨는 이탈리아 프로배구팀 우르비노의 주전 세터다. 아빠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수준급 세터로 불린다. 아빠를 제외한 가족 3명은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엄마와 아들이 5일 한국을 찾았다. 김준군이 31일 개막하는 제22회 신한동해오픈골프대회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김준군은 "골프장도, 사람들도, 경치도 다 좋다. 한 가지, 친구들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톱10에 들면 아버지가 자동차를 선물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나 어머니 경숙씨는 내심 우승을 바라는 눈치다.

김준군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일품이었다. 드라이버는 시종 300야드를 넘나들면서도 거의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고, 아이언 샷도 강하고 정교했다. 다만 그린이 느려 퍼팅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김호철 감독은 "아들이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함께 내한한 미국인 스윙코치 마크 니클리스(49)는 김준군에 대해 "스윙은 완벽하다. 경험만 쌓으면 PGA 투어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준군은 프로로 전향할지, 입학 제의를 받고 있는 미국 대학에 진학할지 내년 말 결정할 계획이다.

신동재 기자<djshi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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