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화계 거장 시드니 루멧감독, 새「법정영화」로 노익장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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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 65세인 시드니 루멧 감독이 최근 『신문과 진술』(Q&A)이란 법정극을 완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루멧은 아카데미감독상 후보 네번을 포함, 40개이상의 아카데미상부문 후보작을 연출한 미국 영화계의 거장이다.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춰온 루멧은 이번『Q&A』에서도 예의 통렬한 풍자와 고발로 미국사회의 이면을 파헤쳐 냈다.
『Q&A』는 공직사회의 구조적 부정부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젊은 검사의 용기를 그린 티모시 허튼, 닉 놀테주연의 작품.
지난 57년 역시 법정드라마인 헨리 폰다 주연의 『12인의 사자들』로 감독 데뷔한 루멧은 이후『평결』 『개같은 날의 오후』 『네트워크』등 고발성 짙은 사회물을 발표하면서 부조리한 사회의 추악한 뒷면을 가차없이 파헤치는 1급감독으로 명성을 굳혀 왔다.
배우기용에 있어 절대양보를 안하는 것으로 유명한 루멧은 지금까지 헨리 폰다, 폴 뉴먼, 윌리엄 홀든, 페이 더너웨이, 리처드 버튼, 앨 패시노등 영화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대스타들과 함께 명작을 만들어냈다.
루멧은 철저하고도 치밀한 사전구성과 현장에 대한 완전한 해석을 거친 다음 실제 촬영작업을 상당히 빠르게 진행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완성된 『Q&A』에서도 루멧은 법정장면의 완벽을 기하기 위해 촬영전 1년간이나 거의 매일 뉴욕 등지의 심야법정에 나가 실제상황을 연구했다.
또 검찰관이나 경찰의 생활을 영화속에 재현키 위해 닉 놀테등과 함께 6개월 이상 생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루멧 자신은 『나는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새롭게 변신한다. 시대상황이 바뀌면 법정에 선 인간들의 원인과 행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평결」때의 법정과「Q&A」의 법정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감독직의 포기에 다름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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