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75명 한국 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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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한인교회에 숨어 지내던 탈북자 175명이 22일 태국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장애인과 임신부가 포함된 이들은 현지 이민국에 넘겨졌다. [방콕 로이터=연합뉴스]

태국에서 한인교회의 보호를 받으며 숨어 지내다 22일 밤 현지 경찰에 연행된 탈북자 175명이 한국에 올 것으로 보인다. 남자 39명, 여자 136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연행 직후 태국 이민국 산하 수용소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3일 "탈북자들은 태국의 이민 관련 법규에 따라 조사를 받은 뒤 재판을 거쳐 추방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한국 입국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중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발행한 여행증명서가 있는 16명은 이르면 2~3일 뒤 한국에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초 22일 밤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탈북.밀입국.연행=태국의 영자신문 네이션은 이민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연행된 탈북자들은 3년 전부터 삼삼오오 북부 국경을 넘어 태국에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뒤 국경 수비가 허술한 라오스와 태국의 접경지대인 북부 밀림지대를 통해 태국으로 밀입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현지 한인교회가 방콕 시내 한국대사관 인근에 은신처로 마련한 방 10개짜리 2층 주택에 집단 거주해 왔다.

방콕 경찰 관계자는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인근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22일 오후 9시쯤 이곳을 급습해 탈북자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밝혔다.

◆ 신병 처리 어떻게 되나=수왓 툼롱시스쿨 태국 이민국장은 "탈북자들을 전원 밀입국 혐의로 기소한 뒤 추방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모두 제3국행을 원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출국 때까지 보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한국 대사관은 태국 당국과 신병 처리 협상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돕기로 했다. 미 국무부의 앨런 사우어브레이 인구.난민.이주 담당 차관보는 다음주 중 태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보도했다.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2004년 탈북자 468명이 베트남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 사태가 수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탈북자들은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입국했다.

◆ 태국 체류 탈북자 더 있다=태국에는 이번에 연행된 사람들 외에도 이민국 수용소와 미 대사관 등에 90여 명의 탈북자가 더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비정부기구(NGO)들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자들은 태국을 한국 등 제3국으로 가기 위한 중간 거점으로 이용하기 위해 밀입국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태국 이민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미얀마 등을 통해 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모두 400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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