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실세, 대구서 오락실 연루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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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 23일 대구시 북구 복현동 한 성인오락실에서 연타 방식으로 불법 개조한 게임기의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실에 대한 정치권 관련설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현 정권 실세 정치인이 오락실 전주(錢主) A씨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오락실은 대구시 동구 모 호텔 지하에 있는 것이다. 성인용 오락기 100대와 청소년용 30대를 갖추고 2005년 6월 문을 연 이 오락실은 지난해 10월 C씨 명의로 바뀌었으며, 지난 3일 경찰 단속에서 '경품취급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 대구 동구청은 경찰로부터 관련 서류가 넘어오는 대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A씨는 또 다른 C씨(47) 명의로 지난달 호텔 별관 1층에 성인 오락기 60대를 갖춘 오락실을 개업했으나 장사가 되지 않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A씨가 잇따라 오락실 문을 열자 일부에서는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권 실세와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여권 실세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다"며 "악의에 찬 허위 제보를 근거로 일부 언론이 여권 실세와의 관련설을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락 기계를 갖춰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데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등 불법 기계도 갖추지 않아 여권 실세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길 회장 "동생 오락실 1만5000개 중 하나인데…"=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동생 김정삼(52)씨가 부산에서 불법으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해온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 불법 오락기 단속 때 적발된 부산시 연산5동 엘마르 게임장의 실제 소유주 가운데 1명이 김씨일 가능성이 있어 23일 김씨를 소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엘마르 게임장은 명의상 업주인 김모(42)씨와 운영을 맡고 있는 이모(33)씨가 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9월부터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김정삼씨가 오락실에서 '김 회장'으로 행세하며 투자와 수익 배분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자금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이날 경찰에 출두한 김정삼씨는 자신의 개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며, 김.이씨도 그와 동업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상 업주인 김씨와 이씨는 올 들어 세 차례나 경찰의 불법영업 단속에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입건까지 됐으나 김정삼씨는 한 번도 조사를 받지 않아 여권 실세의 동생이라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어왔다.

이에 대해 김정길 회장은 23일 "동생 일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는 해명서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김 회장은 또 "1만5000개 중 단 하나의 오락실이며 영등위 심의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상품권에 개입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성인오락실에 내 동생이 연루된 사실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대구=이기원.황선윤 기자<keyon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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