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중앙일보 공동주최 '예술의 미래, 미래의 예술'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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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족 1주년을 기념해 23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 오션캐슬에서 개최한 '예술의 미래, 미래의 예술' 심포지엄에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2005년 8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출범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우리 시대의 바람을 담은 변혁이었다. 관 조직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역사 32년을 깨는 탈바꿈은 천천히 부드럽게 이뤄졌다. 각 분야 전문 위원이 움직여가는 민간단체로 새 출발한 지 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첫 돌맞이 축하 행사를 열었다. 23~24일 충남 안면도 오션 캐슬 리조트에서 열린 1주년 기념 심포지엄(한국문화예술위원회.중앙일보 공동주최)의 주제는 '예술의 미래, 미래의 예술'. 70, 80, 90년대 낡은 문화를 뒤로 한 예술위원회가 내일의 문화를 꿈꾸는 현장이었다.

"안심하시라. 제 시간에 끝낼 테니." 23일 오후 충남 안면도 오션 캐슬 리조트 대회의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두툼한 원고를 들고 단상에 오르며 청중에게 농을 던졌다. 전국에서 달려온 100여 명의 분과위원과 문화계 인사는 박수와 웃음으로 노학자를 맞았다. '미래의 예술: 거대 담론의 둔주'를 주제로 한 김 교수의 기조연설은 이번 심포지엄의 뼈대였다.

근년에 와서 우리가 문화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말문을 연 김 교수는 "우리 예술의 미래는 마음의 해방, 상상력의 해방을 가져오는 일종의 환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의 예술은 거대 담론에서 스스로 해방하면서 시장의 무의식에 종속되고 다시 국가나 민족에 종속된다"고 설명했다.

대표 발제를 맡은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안 보이는' 예술의 미래를 나름으로 짚었다. 박명진 교수는 '재현 예술의 대안으로서 시뮬레이션 예술의 기능성'을 제시하며 "이런 시대에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참 난감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예술의 생비자(Prosume)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수용자들의 참여는 보편화하기 시작했고 그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다양한 상호작용의 문화가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지우 총장은 자신을 "예술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라고 고백했다. 우리가 세계화의 물결로 탁류가 된 위대한 시대의 뒤 끝을 살고 있다며 "이제 예술은 철학이자 이론이 되었다. 그래서 예술이 끝나버렸다. 천재를 기다린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영상이 곁들여진 분과별 사례 발표, 열띤 분과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밤이 깊어갔다. 늦여름 파도 소리가 삼삼한 바닷가에서 참가자들은 한국 예술의 미래를 꿈꾸느라 잠들지 못했다.

안면도=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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