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돌잔치 이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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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얼마전에 첫돌이 지난 둘째 성준이가 요즘은 제법 재롱을 피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맞춰 온 몸을 흔들며 까르르 웃기도 하고 잘 한다고 장단을 맞취 흥을 돋우어 주면 갖가지 묘기(?)를 쏟아낸다. 『그 새 참 많이 컸구나』하고 새삼 느끼며 첫돌을 맞았던 날을 떠올려 본다.
첫 애도 돌잔치를 안했는데 둘째는 이제 마지막인데 잔치를 안하면 섭셥하지 않겠느냐는 주위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권유를 뒤로하고 애기 아빠와 의논해서 잔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 앉혀 놓고 금반지가 몇개씩 오가며 어른들끼리 잔치를 벌여 먹고 마시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돌잔치 할 여유가 있으면 그 돈을 저축해 두었다가 이 다음에 애가 커서 성년식을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하시던 학창시절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나에겐 너무나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또 음식준비하랴, 손님치르랴 며칠을 여러사람이 고생하는 잔치가 끝나면 엄마는 으레 몸살을 앓고 잔치 하느라 뒷전으로 밀려 보살핌을 받지못한 아이가 병원에 들락거리는 모습을 주위에서 자주 보아온 터이기도 하다.
정말 교수님의 말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돌잔치를 거창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 다음에 자라서 성년이 되는 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조촐한 파티라도 열면서 부모가 성년으로서의 책임과 역활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성년이 된 아들·딸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견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또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서 하고싶은 말을 적어 선물한다면 참 괜잖을 것 같다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성준이가 첫돌을 맞은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들여 밥을 짓고 미역국도 끓였다. 그리고 나물 몇가지, 생선 한아리, 떡한접시, 물 한그릇을 떠 놓고 촛불을 켜서 정성껏 기도를 올렀 다. 『 첫 돌을 맞은 우리 성준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서 이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서울강동구 암사1동471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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