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기업 동구투자 열풍/개혁바람 거센 동구권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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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 피아트 소에 대규모 차공장/미 CE 유화부문 20억불 투자/GE는 헝가리에서 주식매입
소련과 동구의 거센개혁바람을 타고 일본외에 서방세계의 대기업들도 속속 대규모투자를 발표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동서간의 합작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규모나 열기가 판이하다.
지난 77년이후 소련은 외국기업과 약 1천건,폴란드와 헝가리는 각각 4백건,6백건의 합작투자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동안 실제성과는 미미했고 투자분야도 제한돼 왔으나 요즘들어 투자금액과 합작사업의 기술수준에서 질적변화가 뚜렷하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사가 지난해 12월초 소련에 연산 30만대 13억달러 규모의 자동차공장설립을 발표,합작사업중 최대기록을 경신한지 불과 이틀후 미국의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은 시베리아의 석유화학단지에 2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기록을 깨뜨렸다.
또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헝가리 전구회사인 퉁구스램의 경영권확보를 위한 주식 50% 이상을 1억5천만달러에 매입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퉁구스램은 12개 공장에 1만8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헝가리 최대 제조업체중 하나다.
이같은 투자붐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걸림돌도 많은게 사실이다.
경직된 가격,필요이상으로 많고 해고도 불가능한 인력,각종 규제와 통신ㆍ수송시설의 미비등 「미국식으로 장사하다간 들어먹기 알맞은 조건」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5백2실 규모의 호텔을 준공한 미국의 매리오트사는 호텔용품의 공급을 위해 현지의 펩시생산공장에 설탕을,맥주업자에게는 효모를,심지어 야채와 과일생산농가에 씨앗까지 공급해야만 했다. 또 투자보장과 과실송금의 본국송환도 구미개념으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소련ㆍ동구에 대한 투자에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첫째는 낮은 임금. 미국이 시간당 13.9달러,서독은 18.1달러인데 비해 소련은 1.84달러,폴란드는 1.35달러에 불과하다.
둘째로 헝가리와 체코 등은 2차대전 이전 유럽선진공업국의 일원이었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 이같은 과거의 유산은 새로운 자극과 교육을 통해 충분히 재생될 수 있다는 판단이고,이같은 매력이 서방세계의 투자붐을 지속시킬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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