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의학으로 암 정복" 최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암센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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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고금의 여러 의학 분야를 연결해서 암 정복의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양의학.한의학.중의학.약학 4개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따서 이른바 의학분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의사가 탄생했다.

22일 경희대 하계 학위 수여식에서 '천연물 RV의 안전성과 항암 효능 연구'를 주제로 한의학 박사 학위를 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암센터장 최원철(44) 교수가 주인공.

최 교수는 중국 라오닝(遼寧)중의약대 객좌교수와 러시아 국립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중의학과 양의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2003년엔 '천연물의 항전이(抗轉移) 효능 연구'로 약학 박사 학위도 받은 바 있다.

그가 여러 분야 학문에 욕심을 낸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당초 그는 원광대,경희대를 거치며 한의학을 전공했다. 1994년 골육종을 앓던 젊은 처제를 잃고 2년 뒤에는 장인이 간암으로 숨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한의학이나 양의학 등 어느 한 분야 의술만으로는 암을 물리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친척 10여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내가 했던 공부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드나든 것도 뭔가 다른 것을 연구해보자는 생각에서였죠."

의학의 '퓨전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확고해졌다. 현지 의사들이 뜻밖에도 양의학,한의학,약학 심지어 물리학 관련분야인 핵의학 등을 연계해 암환자 치료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때부터 코피를 흘려가며 양의학,약학 등을 밤세워 공부했다. 최 교수는 "박사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한창 사춘기였던 두 아들(현재 고3과 고1,미국 유학중)과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수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러시아 국립학술원에서 물리학자들과 교류할 때 물리학을 한의학에 적용하면 더 과학적인 치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물리학 박사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교수뿐 아니라 물리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서울대 소광섭 교수나 한의학과 뇌과학을 함께 연구한 가천의대 조장희 뇌과학연구소장 등 여러 전문가들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최 교수는 "동서양에서 명의로 이름을 날린 히포크라테스(양의학.양약학)와 허준(한의학), 화타(중의학)가 있지만 정작 이들의 연구 성과를 이어줄 역할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며 생명 연장의 꿈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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