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말 안 듣는다고 채찍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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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린이집 원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을 바늘로 찌르고 채찍질을 하는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22일 어린이들을 맡아 키우며 갖가지 방법으로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구리시 S어린이집 원장 정모(51.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교사 홍모(44)씨 등 두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4년 구리시 인창동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최모(12)군 형제가 지갑을 뒤졌다는 이유로 온몸을 바늘로 200여 차례 찌르고 전선으로 채찍질하는 등 1997년부터 키워 온 어린이 다섯 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어린이들은 부모와 친척이 있으나 보육비만 보낸 채 거의 찾아오지 않아 무연고 어린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앞서 정씨는 2002년 "옷 정리를 하지 않는다"며 최군 형제의 입에 망치를 밀어넣고 돌려 피가 흐르자 양말을 입에 밀어넣기도 했다. 같은 해 박모(7)군에게는 '교육반장'이라는 직책을 준 뒤 박군을 흉기로 협박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어린이들을 무릎 꿇린 뒤 손발로 마구 폭행하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어린이들은 어린이집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노예 같은 생활을 하며 학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낮에는 근처 시장에서 채소 쓰레기와 고철을 주워 오고 밤에는 다른 원생 20여 명의 기저귀를 빨거나 청소를 했다고 밝혔다. 또 채소 쓰레기로 조리한 국이나 벌레가 나오는 음식물을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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