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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영아 유기 혐의 쿠르조 부부 "한국으로 가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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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 루이(左)와 베로니크 쿠르조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경덕 특파원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40)와 베로니크 쿠르조(39.여) 부부는 발견된 냉동 영아의 부모는 자신들이 아니라며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쿠르조 부부는 22일 오후 2시(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도시 투르에 있는 그들의 변호사 마르크 모랭의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쿠르조는 "내 아내가 그 기간 중 두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며 "한국 측의 DNA 분석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르조는 "나는 한국의 사법 시스템이나 언어를 모른다. 그래서 프랑스 사법당국에 (이 사건의 조사를) 맡기겠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3자에 의한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쿠르조는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일하는 부문이 아주 경쟁이 심한 분야"라며 자신이 경쟁 기업 간 음모의 희생양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베로니크는 아이를 출산하지 않았으면 자궁 적출 수술을 왜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수술을 받은 것은 임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모랭 변호사는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원칙이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잘 지켜진다고 생각해 프랑스에서 조사받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모랭 변호사는 또 한국 측의 DNA 검사 결과에 불신을 나타내면서 프랑스 측에 다시 검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면수 유전자분석과장은 "쿠르조 부부의 (냉동 영아의 부모가 아니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세계 어느 연구소에 가져가도 그 부부가 영아의 부모라는 유전자 분석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쿠르조 부부가 한국으로 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형사사법 공조 협약에 따라 프랑스 측에 관련 서류를 넘길 것이며, 구체적인 수사 협조 방향은 양측 법무부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는 "이번 주 중으로 수사에 필요한 신문 사항을 프랑스 검찰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 쿠르조가 자신의 집 냉동고에서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영아들은 쿠르조 부부가 2003년 12월 초 낳은 아이들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또 12월 13일 베로니크가 영아 출산 후 태반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자궁이 부패해 적출 수술을 받았고, 쿠르조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확인해 이들 부부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투르(프랑스)=박경덕 특파원,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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