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증언불출석 사유서(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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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인은 80년5월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불행한 일에 대하여는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해왔으며 특히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유족들에게 각별한 조의와 위문의 마음을 간직해 왔다.
본인은 한때 국가의 유지·수호 책무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 언행과 처신에 극히 신중을 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믿고 있으며 따라서 귀 특위의 뜻을 존중하면서 이같은 본인의 입장에서 광주문제의 진상조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왔다.
본인의 출석증언만이 광주문제 진상조사를 위한 유일무이한 방법일수는 없고 이미 관계인사들의 상세한 증언과 설명이 이루어져 그 진상이 대부분 밝혀진 지금에 와서 본인의 출석증언이 자칫하면 새로운 정치적 논쟁만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
전직대통령이 재직중의 일로 국회특위에 출석, 증언하는 것은 3권분립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을뿐 아니라 대통령중심제하에서의 국가 경영의 기본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 40년 헌정사에도 그러한 선례가 없었고 선진외국에서도 그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과거 통치행위의 당부에 대하여는 사법부의 판단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국정행위는 많은 국가기밀이 내포되어 있어 이에관한 진술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적어도 대통령재직중의 국정행위와 관련된 국가기밀이 증언의 형태로 무절제하게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전직대통령의 증언문제는 심사숙고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하여 「적절한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귀 특위는 광주문제의 진상조사를 위하여 특위의 출석증언에 국한하지 않고 서면질의·서면답변방식을 채택한 선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실로 진상조사에 도움이 되고 동시에 국익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본다.
무조건 국회출석증언만을 요구하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광주문제의 진상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국익이 손상되지 않고 진상조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응할수 있다.
서면질의·서면답변방법이 그러한 범주안에 속할수 있다고 보며 귀 특위가 그같은 방법을 수용하여 질의서를 보내주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성의를 다하여 답변서를 작성해 제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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