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바다 … ' 관련자들은 진실을 말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갈수록 '바다이야기'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상품권이 어우러진 이 사행성 게임은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시대에 국민을 어지럽게 하는 불쾌한 사건이다.

업자들은 게임기를 심사하는 국가기관(영상물등급심사위)에서는 규정에 맞는 물건으로 심의를 받아 놓고는 시장에 팔 때는 마음대로 물건을 조작했다. 적발되지 않을 거라 믿었다면 이는 국가 기능을 우롱한 것이다. 정부의 법집행 시스템은 이런 대접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영등위는 의혹투성이다. 인사 압력 거부 파동으로 물러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게임기의 사행성을 염려해 심사보류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영등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등위 심사위원에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가 끼거나, 아니면 게임물 프로그램 구조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있기도 했다는 주장 등도 나오고 있다. 사행성 게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거나, 거꾸로 심사 관련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난마와도 같다.

상품권 부분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건전한 소비와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상품권이 도박장의 칩(chip)으로 굴러다니고 대규모로 할인돼 오히려 유통 구조를 훼손시켰다. 이런데도 관할 문화부는 한때 자격이 없던 업자들에게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대거 허가했다니, 혹시 그 뒤에 권력의 검은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의혹들을 파헤치는 데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관련자들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영등위 심사와 상품권 업체 지정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동채 의원부터 이번 의혹 규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04년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부가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물의 재심의를 요청했다"는 정도의 사실 확인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아울러 유 전 차관을 비롯한 다른 문화부.영등위 관계자들도 증언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소모전을 막을 수 있다.

검찰총장은 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검찰은 이번에 여러 발 늦었다. 검찰의 주요 기능은 인지(認知) 수사다. 만날 민생검찰을 외치면서도 거리마다 판을 치는 불법 사행에 눈을 감고 있던 검찰은 이제라도 분발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진실 규명'의 원칙적 지침만을 내려야지 "게이트 수준의 것은 없다"거나 "조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는 식의 예단적 언급을 해선 곤란하다. 이런 발언들이 자칫 수사에 '일정한 선'을 긋는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기에 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