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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 표준화' 전문가 육성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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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방송 표준 방식을 답습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에선 우리나라의 약 95%가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을 수신할 수 있을 정도로 앞서간다. 이동 멀티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독자적인 지상파 DMB 규격을 개발했다. 지상파 DMB 표준은 유럽 표준(ETSI) 제정에 이어 ITU 국제 표준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다른 나라보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지상파 DMB 서비스를 시작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유비쿼터스 사회를 리드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이는 수신기 구현 측면에서 보면 더욱 괄목할 만하다. 이미 휴대전화 타입은 물론 디지털 카메라 등 컨버전스 제품의 핵심 기능으로 장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TU 이사국이지만 ITU의 방송기술 표준화 활동에 참여한 역사가 짧다. 그럼에도 2001년 객관적인 화질 평가방법 표준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회의 의장단 진출, 표준화 주도, 국제회의 유치 등 방송 표준화 분야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이 급신장했다.

국제 무대에서의 표준화 활동은 매우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생소한 표준화 절차 습득은 물론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의 대처 능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표준화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방송 선도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방송 방식이 적용되고, 한국산 단말기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신용섭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