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역장교들이 취업시장에서 상종가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애를 쓴다. 경기도 발안의 해병대 사령부 복지취업지원과는 기업들의 요청을 받고 올해 15차례나 전역대상 장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회를 열었다. 홍석호 복지취업지원과장(중령)은 "지난해 복지취업과를 신설하고, 취업 지원인력을 기존의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해병대 전역장교 출신으로 취직한 3명을 만나 '해병대 선호'배경을 들었다. 임병택(30)씨와 정근해(31)씨는 2003년 6월 전역 후 그해 7월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임씨는 미래애셋증권 자산설계팀에서, 정씨는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를 졸업한 권지훈(30)씨는 지난해 6월 전역한 뒤 곧바로 CJ에 입사, 현재 제약전략팀에서 근무 중이다.
강원도 설한지 훈련장에서 눈마사지를 하고 있는 해병 수색대원들. [중앙포토]
◆포기를 모른다=권씨는 입사 직후 제약영업을 맡았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CJ의 약품을 판촉하는 일이다. 권씨는 "유난히 CJ에 마음을 닫은 의사가 한 명 있었다"면서 "첫날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줄기차게 찾아갔고 결국 3개월 만에 자리를 함께한 뒤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임씨도 회사에서 반드시 거래를 터야 하는 고객의 경기도 김포 집으로 한밤중에 여러 차례 찾아가는 끈기를 발휘했다. 회사 내에서 아무도 그 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했었다. 그 고객은 "귀신잡는 해병이 아니라 자네가 귀신이군. 내가 졌다"며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단다. 임씨는 "무슨 일을 하든지 된다는 자신감이 직장생활의 원동력"이라며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여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몸에 밴 리더십=해병대 장교들은 대부분 30~80여 명의 소.중대원을 지휘해 봤다. 이들 모두 "해병대가 단순 무식하다는 얘기는 옛말이다"며 입을 모았다. 정씨는 "해병대를 지원하는 인력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조직적응에 문제가 있는 사병을 기합으로 다스리지 않고 사랑으로 이끌었더니 능력을 발휘하더라"며 "해병대에서 조직을 이끄는 능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의 이익이 아닌 상사 개인의 이익을 위한 지시라면 단호히 거절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정씨는 "무조건적인 복종과, 충직과 정의에 기반한 복종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