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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성」감안 곳곳에 안전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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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흘(31일) 앞으로 임박한「전두환 청문회」를 대비해 국회5공·광주특위는 청문회 프로그램 짜기에 여념이 없다.
여야 4당은 전씨의 국회증언이 갖는 폭발성과 상징성을 감안, 돌출행위로 인한 파란을 막기 위해 서로를 묶는 안전장치를 해놓는 한편 이번 기회에 주가를 올리려 광주와 5공을 각각 관장하는 평민·민주당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이번 청문회는 사실상 여야공동 연출로 진행되는 만큼 전씨의 증언내용이 미흡할 경우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면 자칫 자당이미지에 타격을 받을까봐 야당 측은 특히 보충질의의「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쟁점 사항인 보충 질의를 현장에서 구두로 할 것인가, 서면 질의로 떼울 것이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26일 양 특위 합동 간사회의에서 프로그램이 대충 정해졌다.
31일 청문회 진행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제야의 종소리가 들리는 자정까지. 장소는 합동 청문회여서 특위 위원만 58명임을 감안, 예결위 회의장으로 쓰이는 참의원 회의실로 정했다.
이날 오전10시 전씨가 입장하면 양특위 연석회의를 주관하게될 5공 특위의 황명수 위원장이 개회선언을 하고 전씨는 증인 대기실에서 미리 쓴 선서문을 제출한다. 증언 감정법상 위원장에게 하는 선서문제는 민정당 측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고려해 빼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기왕 증언대에 선 마당에 그냥 하는 쪽으로 결정될 전망.
이어 황 위원장의「한 말씀」이 있게되고 순서에 따라 5공 특위가 낸 질문서 중 일해 재단설립 문제부터 답변이 시작된다. 서면 질의내용을 읽는 과정은 생략키로 했다.
전씨는 증언 감정법상 변호인 조언을 받을 권리에 따라 변호인을 대동할 수 있고 변호인석도 마련될 예정이다. 법률 자문역인 이양우 변호사가 앉을 것으로 보인다.
74개 문항의「5공」답변을 끝내면 사회자는 문동환 광주 특위 위원장으로 바뀌면서 전씨는 선서문을 또 제출하고(증인선서는 따로 하지 않는다) 12·12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사임에까지 51개 목의「광주」답변을 한다.
언도 중 의사진행 언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다만 답변내용에 빠진 것을 발견했거나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의원들이 간사를 통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옆방 4당 간사회의에서「좋다」는 판정이 나오면 할 수 있게 했다.
증언할 당시간은 14시간으로 점심·저녁식사 정회 2시간을 빼면 광주5시간, 5공 7시간 등 12시간이 할애돼 있고 보충질의는 2시간 예정인데 질문내용을 읽는 과정이 생략돼 그 절반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전망.
다만 회의 후 의사진행 발언과 양념으로 곁들여질 해프닝을 예상하면 밤까지는 갈 것 같다.
전씨는 당일 백담사에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교통편은 헬기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1백25개 항목 답변이 끝나면 보충질의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직「구두」「서면」이 미정상태.
야당 측은 본 질문답변도중 군소리 한마디 못하고 자리를 지켜줘야 하는데 보충 질의마저 서면으로 하면「들러리 청산」이란 비난을 받게된다고 주장, 구두질의를 강조하고 있다.
백담사와 민정당 측도 서면질의를 하면 내년으로 문제가 이월돼 연내증언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증언과정에서 약간의 충돌 장면이 있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내심 인정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두 질의를 하되 ▲인원·시간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쪽으로 묵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4당1명씩 10분간(또는 특위당 1명씩 4당8명이 5분간) 보충질의를 하면 이를 묶어 일괄 답변한다는 것.
TV중계 문제는 기존 합의대로 녹화방영을 원칙으로 하되 31일 증언시각과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을 시작하지 않으면 90년으로 넘어간다는 점과 국민들의 폭발적 관심으로 미뤄 다소의 시차를 두고 방영이 시작돼 사실상 생중계에 가까워 국민들을 대낮부터 TV에 붙잡아둘 것으로 관측.
○…청문회를 놓고 누가사회를 보고 또 주관할 것이냐로 미리부터 신경전을 벌여온 평민· 민주당 측은 작년 일해 청문회 때 영향력을 감안, 세심한 선경을 쓰고있다.
일단 5공·광주특위가 대등한 입장에서 소관 문제에 따라 사회를 맡기로 했으며 선서가 있을 경우엔 5공 특위 위원장이 받기로 했다.
평민·민주당 측은 보충 질의가 구두질의 형식이 될 것으로 판단, 대표 질의자·질의수위 등을 검토. 보충질의에 누가 나서느냐를 놓고도 의원들간에 경쟁이 치열한데 민주당 측은 5공 쪽은 김동주·노무현 의원, 광주 쪽은 김광일·이인제 의원 등 청문회 스타 중에서 골라 청문회에서 우위를 지킨다는 생각.
두당 모두 보충질의의 질적인 측면을 중시한다는 생각인데 답변내용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에 따른 수위 조절과 전직 대통령 예우 문제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국민들에게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고 보고 고심 중.
당일 전씨의 증언이 형편없이 함량 미달하거나, 방향이 잘못될 경우 돌출 행위에 대해 야당지도부는 자당 특위위원들을 다독거리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원체 신경을 쓰고있어 특별한 해프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언자체가 정치권 합작품인 만큼 독단적 행동은 희박하다는 것인데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이미 특위합의 내용 준수를 얘기하고 있으며 김영삼 민주·김종필 공화 총재도 전화접촉에서「국회의 위신과 예절」을 강조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
그러나 야당 측의 일반적 생각과 달리 백담사 측의 증언내용이 반드시 알맹이가 없는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어 증언에 쏠리는 관심은 자못 높다.<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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