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땀나는 출근길…승객들 파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수가 3백만명을 넘어섰다.
연초의 2백50만명에 비해 20%나 늘어난 승객에 비해 전동차량은 1년 동안 1백42량이 늘어난 8백62량에 불과해 출퇴근시간에는 지하철이 아니라「지옥철」로 변해 승객은 물론전동차까지 한계에 다다른 몸살을 앓는다.
자가용 승용차의 폭증으로 육상 교통의 체증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지하철이용 승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내년 전동차 증편사정도 신통치 않아 승차난은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26일 오전8시 출근시간 1, 4호선 도심구간 광경을 스케치했다.

<상계∼서울시청역>
○…평소 50만명 이상이 몰리는 4호선의 경우 학생들의 방학을 맞아 비교적 원활한 소통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2월부터 더 큰 혼잡이 일어날 것은 뻔한 상태.
중·상계지구 입주가 계속돼 내년 말까지 현재의 배에 가까운 37만명이 입주하면 노원역·상계역부터 전동차는 만원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
이에 대해 상계3단지 주민 김신상씨(37)는『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중·상계지역 주민이 지하철이 다니는데도 타지 못하는 성북구 주민들보다 오히려 행복한게 아니냐』며 자조.
○…수유역부터 포화상대에 이른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기 위해 이 일대 주민들은 갖은 묘안을 내기도.
3분간격의 상계∼사당간 정규 지하철은 아예 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주민들은 러시아워 때 가끔 2분 간격으로 편성되는 상계∼사당행 임시 전동차가 그래도 한산한 편이어서 이 전
동차시각에 맞춰 타기에 안간힘.
수유역장 조호종씨(40)는『이런 특별열차를 놓치면 다시 10분 이상 기다려야 해 승객도 역무원도 밀어 넣고 타기에 안간힘을 써보기에도 안타깝다』며 한숨.
○…4호선 성신여대 역에선 24일 오전8시40분쯤 출근길 여자승객 1명이 인파에 견디다못해 차창 밖으로 떠밀러 나가 플랫폼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
당시 열차는 내리고 타려는 3백여명의 승객들 때문에 10분 이상이나 출발이 지연된 상태였으며 승객들 중 일부는 역무원실로 몰려가 대책을 요구하며 한때 항의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서울시와 지하철 공사 측은 내년에는 지하철 이용 객수가 3백50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당장 내년에 발주할 1백10량의 증편도 현대·대우·조선공사 등 국내업체의 담합으로 벽에 부닥쳐 속수무책.
4호선에 66량, 2호선에44량 투입될 이 전동차 수주를 놓고 국내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담합하는 바람에 서울시가 20일 국내 입찰대신 국제 입찰에 부쳤으나 입찰한 외국업체가 하나도 없어 손을 놓은 상태.
이에 대해 시와 공사 측은『지금 당장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국내업체들의 상도덕 윤리가 답답할 뿐』이라고 한탄.

<신도림∼서울시청역>
○…인천·수원방면에서 서울 강남북의 중심지로 연결되는 신도림역은 러시아워가 없이 붐비는 대표적인 역.
3분 간격으로 도착, 30초간 정차하게 되어 있으나 밀리는 승객으로 평균 정차시간이 2분이 넘어 앞차가 출발하기 전에 뒤차가 도착, 후방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분 가까이 정차해도 앞줄에 대기중인 3∼4명의승객밖에 승차할 수 없어 승객들이 서로 앞으로 가려고 다퉈 플랫폼은 아수라장.
특히 1호선 플랫폼의 출구가 하나밖에 없어 들어오고 나가는 승객들의 물결이 입구에서 교차해 객차에서 내러 역구내를 빠져 나가는데만 10여분이 걸리기도.
○…신도림역 측은 밀리는 승객들의 매표관리에도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 학생 10여명을 고용해 플랫폼의 안전관리를 시키고 있으나 2백20m나 되는 플랫폼에 3분 간격으로 도착하는 열차 때문에 별다른 도움을 못 주고 있다.
역장 박철하씨(51)는『플랫폼을 넓히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그것이 완공되어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워낙 붐비기 때문에 승객들의 질서의식을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붐비는 지하철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여성 승객들.
손잡이를 잡을 수 없어 이리저리 밀리다 발을 밟히는 경우는 보통이고 가끔 치근거리는 치한에게도 무방비 상태.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오향숙씨(26·회사원·경기도 수원시 서둔동)는『귀걸이·목걸이·브로치 등 장신구는 착용할 생각도 못한다』며『심할 경우 아침에 하고 나온 화장도 앞 손님의 옷에 문질러 지워지기가 일쑤』라고 말했다.
○…승차난과 함께 매표난 역시 심각한 실정.
신도림역의 승차권 자동판매기 4대 앞에는 20여m씩 줄을 서는 것은 보통이며 그나마 잔돈을 준비하지 못한 승객들은 매표구 앞에서 5분 이상 기다려야 표를 살수 있을 정도.
역 측에서는 가능하면 정기권을 이용하거나 미리 표를 구입했다가 사용하도록 당부하고 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출근시간 열차에는 정원1백50명의 2배가 넘는 4백여명이 탑승해 콩나물시루.
서울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김기형씨(28·회사원·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는『차를 몇 번 놓칠 것을 염두에 두고 20분 이상 여유를 두고 나오지만 그래도 지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하철에서 시달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피곤해 일할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김석현·이철호·박수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