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으로「5·16」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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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5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학수 고려원양 회장은 5·16군사 혁명 때 혁명공약을 인쇄하는 등 혁명주체로 가담, 한때 정치적 이유로 곤욕을 치렀던 원로기업인.
함북 명천 출신의 이 회장은 만주 용정의 광명중학교를 나온 뒤 친척인 이주일 전 최고회의 부의장의 소개로 고 박정희 대통령을 알게돼 민간인으로서는 유일하게 5·16군사혁명에 처음부터 가담했었다.
이 회장은 52년 광명 인쇄소를 설립한데 이어 61년에 고려서적, 63년 고려원양을 설립, 원양업에 뛰어들어 한때 보유선박이 1백37척에 달하는 등 단일 수산회사로서는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유신말기 경상도 출신 등 세력의 급부상에 반기를 들었다가 76년 정일권 씨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설로 박 대통령의 미움을 사 76년 특가법·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며 86년10월 10년만에 무죄판결을 받는 등 영욕이 엇갈린 기업활동을 해왔다.
이 회장은 무죄판결 후『장사꾼이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정일권씨 등 몇몇 친구들만을 만나며 소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왔다.
이 회장은 고혈압·당뇨병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사업에 남다른 의욕을 불태웠고 특히 지난8월 측근들과 함께 중국 연변에 들어가 친척들도 만나고 한족의 고려원양 취업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연변의 한족을 고용하려던 것은 임금이 싼 탓도 있지만 고 이 회장이 그 곳에서 청년시절을 보내 만주지방에 남다른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년에는 부산에 광명 고등학교를 설립했다.<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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