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헌법 해석으로 뒷받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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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2일 헌법재판소가 국토 이용관리법의 토지거래 허가제 조항과 벌칙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토지투기성행에 따른 사회불안을 해소하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일부 계층의 투기심리를 막아 균등한 소득배분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기정책을 헌법해석을 통해 뒷받침한 것이며 토지공개념을 최초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는 올1월 이 사건이 접수된 이래 결정기간(6개월) 을 훨씬 넘기면서까지 합헌·위헌론이 팽팽히 맞서 헌재 사상 최대의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원에서 위헌 제청될 때 준 위헌성이 인정된 토지거래 허가제에 대한 결정여하에 따라 현재의 토지투기정책과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 등 엄청난 후유증이 수반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는 외국의 각종 입법예와 실태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7월에는 합헌·위헌론 측 인사 2명씩을 불러 변론을 벌이기도 했다.
토지거래 허가제를 둘러싼 위헌 여부 공방의 쟁점은 이제도가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의 사용·수입·처분권의 본질을 침해하느냐의 여부와 설령 이 제도를 인정한다하더라도 위법거래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사벌칙 규정이 타당한가하는 두 가지.
먼저 토지거래 허가제에 대해서는 조규광·이성렬·변정수·이시윤·김양균 재판관이 합헌론에, 김진우·한병채·최광률·김문희 재판관이 위헌론 입장에 섰다.
합헌론 측은『토지는 수요가 있다고 해서 생산·공급될 수 없으므로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될 수 없고 고정성·인접성·생산성·사회성·공공성 등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서 자손만대 향유하여 함께 살아가야 할 생활터전이므로 특별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이 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는 토지소유권의 상대성과 우리 나라 토지문제 및 주택문제의 심각성, 그와 연관된 산업 경제 발전의 어려움, 토지의 투기적 거래실태와 정도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며『토지소유권에 대한 제한은 사유재산제도의 기본이념을 보호하려는 것으로서 사유재산 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희생 내지 양보』라고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들은『토지거래 허가제에 의해서 달성하려는 공익목적은 토지거래신고제의 확대 실시, 등기 제도와 조세제도의 개선보완 등 보다 가벼운 방법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거래 허가제의 위반자에 대한 벌칙규정을 놓고 합헌과 위헌은 첨예하게 갈렸다.
이 부분의 합헌론 측에는 조규광·이성렬·변정수·김양균 재판관 등 4명이며 위헌론 측은 김진우·한병채·이시윤·최광률·김문희 재판관 등 5명으로 위헌론이 과반수이나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르면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합헌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벌칙규정에 대한 위헌론이 과반수여서 앞으로 토지공개념 관련법안 제정과 국토이용 관리법안 개정 등의 과정에 입법정책상 필히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의 위헌론자들은『행정기관의 토지거래 불허가 처분때 정상가격이 아닌 표준지가 기준으로 내수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정당보상의 원칙을 외면한 불완전한 것』이라며 『이처럼 불완전한 토지거래제도가 합헌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체형 또는 벌금형을 과할 수 있게 한 벌칙규정은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헌재의 이번 결정은 토지거래 허가제 및 벌칙규정이 법리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토지투기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는 현실적인 고려 때문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앞으로 이 제도시행 과정에서는 헌재가 지적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인 것이다.<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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