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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책임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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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는 포털에 언론중재법을 적용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포털에 규제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포털 스스로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언론사와 편집권을 공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털도 공적 책임져야"=현 신문법은 인터넷 신문을 '취재기자가 2명 이상(편집 인력까지 포함해 3명 이상)이고, 적어도 게재 기사의 30%는 자체 생산할 것' 등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언론사의 기사를 단순히 편집만 하는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이 규정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포털은 기사의 유통이나 편집에 따르는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최근 "포털에도 언론중재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포털에 실린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등이 가능해진다. 특히 포털의 자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의 기사를 단순히 옮긴 경우도 피해 구제의 범위에 넣을 예정이다.

정보통신부도 포털에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댓글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언어 폭력과 명예훼손 등을 막기 위해서다.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언론관계법을 통해 신문에 많은 규제를 한 데 비해 '언론'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포털에 대한 규제가 없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며 "현재의 언론중재법 적용 논의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왜 포털인가=포털은 그간 뉴스를 유통시키고 여론을 형성하는 등 사실상 미디어 역할을 해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월 발표한 '인터넷이 바꾸는 미디어 산업' 보고서에서 "인터넷 사용자의 46.7%가 뉴스를 보는 주요 매체로 인터넷을 선호하고 포털에서 뉴스를 접하는 경우는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6월 포털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미디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포털은 여러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 제목을 고치고 뉴스 가치를 판단해 화면에 재배치하는 등 편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왔다. 5.31 지방선거 등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다루면서 보도의 편향성 논란도 빚어졌다. 서강대 원용진(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지만 영향력의 측면에서 본다면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전문가들도 대체로 의견이 비슷하다. 그래서 미디어 업계에선 그간 "권한만 있고 책임은 작은 포털 저널리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예봉 피하려는 포털=분위기를 감지한 포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논조에 맞게 직접 기사를 편집할 수 있는 독자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편집권 공유'다. 다음은 4월부터 언론사가 운영하는 공간인 '언론사별 뉴스'를 마련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미디어 책무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모두가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포털 피해자들을 위한 모임'의 변희재 대표는 "언론사와 편집권을 공유하겠다는 것은 포털에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회유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상훈 네이버 서비스파트장은 "뉴스콘텐트를 원활히 유통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려는 구조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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