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도우미 모습 보여줄게요"

중앙일보

입력 2006.08.18 05:01

업데이트 2006.08.18 06:11

지면보기

종합 27면

대전엑스포 도우미 복장을 13년 만에 다시 꺼내 입은 도현숙(36).김은희(37).김순영(35).박정주씨(38)(왼쪽부터). 프리랜서 김성태
"'도우미'란 말이 변질돼 안타까워요. 앞으로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 도우미의 명예를 회복하겠어요."

17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전망대. 30대 중반의 여성들이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관람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모두 자녀를 둔 주부들이지만 세련된 매너와 미소는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도우미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이들은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93일 동안 열렸던 대전엑스포 때 활동했던 '원조 도우미'. 이들은 20일까지 과학공원에서 열리는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에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과학공원 측이 93년 엑스포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10여 명이 참여했다. 각자의 장롱 속에 들어있던 13년 전 유니폼도 꺼내 입었다.

이들은 '도우미'란 호칭이 남용되고 있는 세태가 못마땅하다. 국가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데 기여한 원조 도우미로서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란다. 엑스포 이전만 해도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행사장에서 안내요원으로 일하는 여성을 '자원봉사자' '컴패니언'으로 불렀다. 그러나 엑스포조직위원회가 세련되고 친근한 이미지를 풍기는 호칭을 공모해 도우미란 용어를 채택했다. 도우미는 '관람객을 맞이하고 불편을 해소해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

도우미는 당시 채용 경쟁률이 25대 1이나 될 정도로 인기였다. 모두 800여 명이 활동했다. 20대 초반에 평균 신장 166㎝의 늘씬한 몸매와 미모를 갖춘 이들이 엑스포의 성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도우미들은 엑스포가 끝난 뒤 아나운서나 MC 등으로 활동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부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엑스포 이후 '도우미'란 말이 유행했다.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의미를 가진 도우미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노래방.단란주점 도우미' '발마사지 도우미''숙제 도우미' '이벤트 홍보도우미' '주차 도우미'등이 잇따라 나타난 것이다. 도우미 동우회장인 김은희씨는 "'도우미'에 대해 지적재산권이라도 확보해 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속만 태우던 이들이 최근 원조 도우미의 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나섰다.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어 자녀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가정이 안정되자 사회활동에 참여, 진짜 도우미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올해 초 동우회는 미니홈페이지를 만들어 흩어져 있는 원조 도우미를 찾아 나섰다. 현재 동우회원은 100여 명.

동우회는 회원을 올해 안에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매달 한차례 만나 회식하는 데 그쳤던 동우회 활동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소아암환자 돕기 등 봉사활동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도우미를 양성하는 서비스아카데미 등에서 강사로 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정주씨는 "우선 벼룩시장을 열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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