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프랑스 '해외봉사 휴가'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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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 대학생 조나탕(20)은 올 여름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맨발로 더러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6살짜리 어린이들을 위한 여름학교 교사로 일했다.

'어린이의 미소를 위해'라는 사회봉사단체가 마련한 봉사 프로그램에 자비를 들여 참가한 것이다.

회계사인 베로니크(38)는 어린이 도서관 운영을 도와주기 위해 6일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로 날아갔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전해 주기 위해 이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베로니크는 "말리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휴가를 내 먼 나라로 떠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01년 환경보호를 위해 설립된 '비상 걸린 지구'라는 단체는 지난해 435명의 지원자를 세계 각국의 봉사 프로그램에 보낸 데 이어 올해는 650명의 지원자를 받아들였다.

서아프리카 베냉을 돕는 단체인 '두 가지 의미'도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자마자 지원자 40여 명의 참가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들은 고아들이 사는 보육원에서 프랑스어나 컴퓨터를 가르치거나, 위생과 오락 교육 등을 맡을 예정이다.

이 단체의 앙투안 리샤르 회장은 "봉사 기간 말미에는 베냉 북부 지방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는 비행기표 구입비와 1인당 1390유로(약 172만원)를 부담한다.

해외로 나가지 않고 프랑스 안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휴가를 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장애인을 돌보거나, 자연보호.학생교육에 자신들의 힘을 보탠다.

자연보호 단체에서 일하는 로랑스 지라르는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어도 좋다. 봉사하겠다는 의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희망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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